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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백팩에 묵었던 호주 할머니 덕분에 홍합도 먹고 어느 금요일 저녁엔 코미디쇼에 초대도 받았다. 6명의 입장료 60달러를 흔쾌히 내주셨다는.. 여러도시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팀이었는데 경찰차, 소방차, 엠뷸런스, 머핀이 얹어진 차를 타고 시끌벅적 요란하게 코로만델로 들어왔다. 모두 우리숙소에 묵는 덕분에 백팩이 왁자지껄했다. 


8시 반, 신나는 마음으로 펍에 갔는데 뭐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듣기 연습한다 생각하고 1시간 정도 있었는데 더이상은 안되겠다싶어 우리셋은 먼저 나왔다. 다른사람들은 펍에서 나눠준 초코 브라우니, 당근케익, 미니 바케트를 들고 11시쯤 돌아왔다. 양이 엄청 많아서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는데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사라졌음. 아침, 점심, 야식을 모두 케익으로 먹었다는... 그날 이후로 쿠키 4봉지를 사먹기 시작해서 일주일 사이에 뱃살이 엄청쪘다. 한국에선 잘 먹지도 않던 것들인데 여기선 왜이리 당기는지. 먹을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 ㅎㅎ 












코로만델 커뮤니티 가든에서 채소와 Grapefruit을 마음껏 가져올 수 있다. 오렌지처럼 생긴 놈인데 쌉싸름하긴 하지만 렌지에 돌리거나 으깨서 주스처럼 만들어 먹으면 나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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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백팩에서는 모두 아침일찍 나가서 밤늦게나 돌아왔던지라 하루 한두마디 하는게 전부였는데, 이런 조그만 마을에서는 백팩에 머무르고 같이 티비보고 얘기하고 밥먹는 시간이 많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미국, 영국, 뉴질랜드, 호주, 중국, 일본, 브라질 등등!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 좋다. 한번 맛보라며 와인도 건내주고 과자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필리핀 음식도 먹어보고, 히히. 먹을 거 주는 사람이 제일 좋음 ㅋㅋ









유리공예품을 전시한 곳. 유키와 조이가 도와주기로 했다기에 따라갔는데 내 타입은 아니었다. 난 손으로 조물조물 만드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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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주급을 받는 날이다. 두번째 주급은 첫번보다 괜찮았다. 주말에 4시간이나 더 일한 덕분. 뉴질랜드 최저시급은 13.50달러. 만2천원 정도 되려나. 한달에 한번이 아니라 일주일마다 받으니까 좋다. 아! 얼마전엔 스타벅스 마지막 월급이 들어왔더랬다. 지금껏 받아본 것 중 최고. 그래봤자 2만원 차이지만 ㅋ 연장도 별로 없었는데 어찌된 영문이지? 아직 마감교통비랑 퇴직금이 남아있는데 요거 참 골치아프다. 2달전부터 퇴직연금계좌를 열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바꼈다며 신한은행가서 계좌를 열라고...... 아놔 미리 말해주든지! 결국 쿤이한테 부탁해서 인터넷뱅킹으로 열었다. 쿤이 고마버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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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저께도 비가 오고 그제도 비가 오고 오늘도 비가 왔다. 매일이 비다. 북섬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온다는데 아직 겨울인가보다. 춥다. 맨날 콧물 훌쩍훌쩍. 긴팔 몇개 안챙겨왔음 얼어 죽을뻔 했다. 일요일 딱 하루, 오후에 날씨가 너무 좋아 조이랑 1시간 10분짜리 Harry Track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타일랜드에서 온 워홀러도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눴다. 우핑을 하고 있는데 1년을 거의 다 채워서 며칠 뒤에 출국을 한다고. 







헤리트랙은 길이 좁고, 경치라곤 빽빽한 나무밖에 없는, 땅도 질척질척 한데다 계단이 수백개가 있는 그리 좋지 않은 트랙이었다. 나무에 붙어있는 파랑색 세모표시를 쭉 따라 갔는데 안그래도 안좋은 무릎에 더 신경이 쓰였다. 계단 경사가 거의 70-80도는 됐다니. 









정말 놀라운 건, 트랙이 거의 끝날즈음 냇가를 하나 건너야 되는데 다리가 없다는거...... 건너라고 만들어놓은 돌다리는 그냥 물에 빠지라고 만들어 놓은 듯. 그래서 양말을 벗었지. ㅋㅋ 씩씩대면서 걸어오느라 땀 좀 흘렸는데 뭐 나름 괜찮았다. 굉장히 지루한 트랙이었던지라 냇가 건넌 것밖에 거의 기억나지 않음.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트랙이 끝나는 곳도 숙소랑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 집에 오고나니 벌써 3시간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오자마자 잠시 뻗어서는 곧바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재료가 거의 똑같다보니 3주째 맨날 메뉴가 똑같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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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다니엘과 릴리가 우리에게 맛난 피자를 만들어줬다. 나름의 이별 선물이었다. 콘, 올리브, 버섯을 토핑으로 한 간단한 피자였는데 2판을 만들어서 우걱우걱 맛나게 먹었다. 만드는 거 보니굉장히 쉬워보였다. 저번에 크리스티나는 케익도 만들어 먹던데 베이킹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간다. 나도 배우고 싶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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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다니엘과 릴리가 떠났다. 스텝 4명만 남으니 썰렁하다. 오후에 날이 화창하길래 어제 비때문에 못갔던 Sucess Track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sucess track과 15분짜리, 2시간짜리 트랙이 모두 이어져 있어 50분 가다가 15분 트랙으로 돌아나오면 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개인창고에서 파는 과일을 봤는데 아보카도 1개에 1달러, 키위 10개는 넘어보이는 게 단돈 1달러였다. 오홋! 5시에 문을 닫는다기에 돌아오는 길에 사기로 했다. 현재 시각 오후 3시.













처음엔 그럭저럭 포장된 길이었다. 요즘 계속 비가와서 땅이 질척했다. 진흙구덩이를 수차례 지나고 나니 벤치가 하나 보여 다같이 앉았다. 어쩌다보니 역사얘기로 흘러가고 중국이랑 홍콩, 타이완 얘기에 일본, 한국 얘기까지 나왔다. 음, 난 역사는 잘 모르므로 열심히 들으면서 공부했다. -_- 30분가량 떠들다보니 벌써 4시.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분명 지도엔 50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자그만 산사태가 났는지 길이 끊겨서 돌아가려는데 유키가 넘어진 나무 사이로 기어들어가서 반대편으로 나가는데 성공! 양옆이 낭떠러지여서 조금 위험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산 곳곳에 부러진 나무가 많았다. 










이상하다. 1시간은 족히 지났는데도 아무것도 없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왔다. 정말 한참을 더 가니 드디어 표지판 등장. 원래는 오른쪽으로 갔어야 했지만 길이 너무 좁은데다 이상해보여서 멀지만 안전해보이는 길을 가기로 했다. 2시간짜리 kaipawa track이다. 어쩌면 이게 또다른 시련의 시작이었는지도.



우린 점점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건 간단한 트랙이 아니라 산 하나를 넘는 거였다. 지도엔 달랑 선 하나만 그어져있을 뿐. 2시 반에 출발한게 벌써 7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다리가 후덜거리더니 나중엔 오히려 멀쩡했다. 날은 점점 어둑해지고 산 정상엔 비가 내렸다. 기다시피 산을 탔는데 바람이 너무 세차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누가 이따위 트랙을 만들어놨는지 한대 패주고 싶었다. 이대로 길이 안나오면 어떡하지. 구조요청을 해야하나. 헬기가 오나. 여긴 헬기따윈 없는데. 집에 가고 싶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7시가 조금 지나고 나서야 내리막길을 지나 포장된 도로가 나왔다. 모두가 안도의 함성을 질렀다. 후우. 꽤 위험했다. 다음번엔 꼭 인포센터나 로컬에게 물어본 뒤 트랙을 타는 게 좋겠단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차도를 1시간쯤 내려가서 거기서 또 1시간을 걸어서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 오후 8시 반. 1시간짜리 트랙은 6시간이 되어 돌아왔다. 다른 누군가가 이 트랙을 탄다면 절대 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코로만델 경치가 한눈에 보이지만 그런거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음. 차라리 안보고 말지! 지도에서 파버리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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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중국인 커플이 스텝으로 들어왔다. 내가 오기 바로 전에 앵커롯지를 떠난 사람들이라 이곳이 친숙해보였다. 굉장히 사교적인데다 친절하고 영어도 꽤 잘하더라구! 화요일엔 내가 이곳을 떠나고 금요일엔 유키, 조이가 떠나기로 되어있어 다시 썰렁해질 것 같다. 일은 능력제가 아니기 때문에 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지만 덕분에 많이 적응하고 여유로워졌다.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만 만난 것 같다.


내가 떠날 곳은 남쪽으로 1시간 거리인 템즈(Thames)! 코로만델 오는 길에 꼭 거쳐오는 곳으로 9일부터 14일 아침까지 묵기로 되어있다. 첫번째 헬프 익스체인지는 팜스테이! 14일부터 21일 아침까진 로토루아에서 두번째 호스트를 만날 예정. 그 다음엔 타우포로 넘어가야지! 오늘은 여기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5명이서 같이 Driving Creek Cafe에 나왔다. 원래는 셋만 오려고 했는데 앨런, 샌디가 같이 가겠다며 우릴 태워다 주겠다고해서 완전 기뻤다. 걸어가려면 족히 40분은 걸리는지라. 


1달동안 많이 정들었는데 떠나려니 아쉽다. 이동하기 귀찮은건지도? 더 많이 정들었던 유키, 조이와는 어쩌면 로토루아, 타우포에서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루트가 똑같애 ㅋㅋ 오늘 저녁에 만들 부침개를 마지막으로 코로만델에서의 일정은 끝. 내일 아침엔 못보겠네. 모두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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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