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40분. 날씨 확인차 예약해둔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 새벽에 직원이 출근하나 했더니만 자동응답기로 연결되었다. 어제 비가 와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오늘 날씨가 괜찮을거란다. 바로 준비하고 i-site로 직행. 투랭이에서 출발지점까지는 왕복 40달러. 완전 바가지다. 결재는 출발지점에 도착해서 현금이나 카드로 결재하는데 카드는 수수료가 있으니 되도록 현금결재를 권장함.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약 7시간 정도 걸리는데 처음 2시간 정도는 걷기 쉬운 편이었다. 소다 스프링이 나오는 길부터는 조금씩 가파라지기 시작, 그래도 할만했다. 3시간쯤 지나서부턴 눈 쌓인 길을 걸어야했다. 것도 종아리까지 푹푹 들어가는. 그나마 눈길은 양호한 편이었지. 눈이 녹아서 물 웅덩이로 변한 곳을 지날 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신발이며 바지까지 몽땅 젖으면서 정말 첨벙첨벙 걸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워서 그대로 동상에 걸릴 것만 같았다. 발이 시려운걸 넘어 아팠다. 눈밭 지나면서 욕을 어찌나 했던지. ㅋㅋ 내가 여길 왜 왔나 후회되던 순간이었음. 





저런 산을 힘들게 뭣하러 타? 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그 산을 타고 있었음 -_- 





처음 몇시간은 길이 잘 닦여져 탈만했으나 바람이 너무 세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가슴통증에 숨이 차서 너무 힘들었음.




지나온 길. 저 뒤에 빨간옷 입은 아가씨가 열심히 걸어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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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여길 올라가라고? 장난하냐.






더 최악인건 에메랄드 호수가 눈에 덮여있었다는 것! 이 호수 보러 온거나 다름없는데! 젠장. 빨리 내려가고 싶단 생각이 더 커서 그리 신경쓰진 않았다만 실망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것만큼 힘들었다. 눈이 없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여기저기 온통 눈밭이라 미끄러지면 바로 낭떠러지로 데굴데굴. 한사람 지나가기도 좁은 길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위험했다. 한 여름에 오는게 아니라면 장갑, 방수되는 신발은 필수다. 햇볕이 강해서 탈수도 있으니 모자도 있으면 좋고. 난 그냥 갔다가 코에 껍질 벗겨지는 중. 





눈쌓인 에매랄드 호수




이 길 진짜 위험하다. 눈덮인 통가리로는 위험하다!





다시 지저분해진 운동화. 눈 덕분에 운동화를 몇번을 빨았는지 모르겠음.








또 눈밭. 그나마 눈이 녹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자.






눈 위에 작은 점들이 열심히 눈밭을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되겠음. 저기 걸어오느라 진짜 개고생했다. 제기랄, 왜 아무도 눈이 엄청 쌓여있을거란 얘기를 안해준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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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활동때문에 저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 같았음. 







5시간쯤 지나면 쉼터가 하나 나온다. 7시반쯤 출발했다면 대게 12시반~1시 사이에 도착하는데 보통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전날밤 미리 싸온 샌드위치를 먹고 잠시 쉬었다가 바로 출발했다. 그나마 날이 좋아서 젖은 신발에 발이 시렵진 않았다. 쉼터를 지나면 진짜 진짜 지루한 길을 2시간동안 걸으면 반대편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이라 걷는게 영 불편하고 무릎에 무리도 많이 갔다. 계단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저 아래 멀리 쉼터가 보이기 시작하니 기운이 샘솟는 듯!


 





끝도 없는 내리막길






아직도 1시간을 더 가야하다니. 이제부턴 수백개의 계단을 내려가주시면 되겠다.






원래는 이 길을 지나왔어야 하는데 왼쪽에서 흐르고 있던 물이 넘쳐서 길을 먹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나뭇가지 붙잡고 진흙구덩이를 걸었다. 젠장.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착해있었다. 약 7시간정도 걸린 듯. 다들 젖은 신발을 말리고 있더라는. 개인적으로 알파인 크로싱에 기대가 컸는데 음.. 멋있긴 했다만 눈밖에 기억에 남지 않음 ㅋㅋㅋ 징글징글해서 더이상 눈따위 보고 싶지 않다. 역시 산은 보라고 있는거였어!





날 반갑게 맞이해준 냥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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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