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Assistants' gathering이 있는 날이다. 리나의 말에 의하면 4개월쯤에 한번씩 열리는 봉사자 모임이라고 했다. 로미나가 리나와 나를 데리러 와주어서 안크리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하는 안크리, 라르쉬 코크에서 가장 큰 집이다. 안크리에서 있을 점심식사를 위해 가져온 샐러드를 내려놓고는 곧장 Youghal로 향했다. 

바닷가 마을

지도에서 봤을 땐 조금 멀은 듯 했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늘 아침에 창문너머로 보인 먹구름이 조금 걱정됐는데, 역시나 그곳도 날씨가 안좋았다.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불고 파도가 거침없었다. 원래는 볼링을 치기로 했는데 낮 3시나 되야 문을 연다기에 그냥 바닷가를 조금 걷기로 했다. 소다맛 아이스크림 색을 띤 바다였는데, 햇빛이 짱짱한 날에 오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 큰 건물이 차를 마셨던 카페, 따듯한 날 발코니에 모여 앉으면 참 좋을 듯.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데리고 온 강아지떼들이 바닷가를 휘젓고 다니고, 우리는 거센 바람때문에 덜덜덜 떨면서 무작정 걸었다. 앞장 서있던 사람들이 저-멀리 보이는 하얀건물에 들러 차를 마시려는 듯 했는데, 문제는 로미나가 돈을 차에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냥 걷자고만 했잖아. 그래서.." 앞장선 무리는 저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나를 포함한 뒤쳐진 무리는 저 뒤에서 그들을 기다리다가 결국엔 우리가 그들에게 가기로 했다. "일단 하우스 돈이나 용돈으로 충당하자." 

삼발이 된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련되게 꾸며진 커다란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핫초코와 함께 리나가 권해준 스콘이란 빵을 먹어봤는데 아깝게도 배가 불러서 다 못 먹었다. 물가비싼 나라에서 음식을 남기는 건 죄악인 것 같다. 다음부터는 뭔가를 살 때 한번 더 생각해봐야 겠다. 내 돈이 아니라고 마구 쓰면 안되니까.




맨 앞에 산책나온 주민들+ 개 / 가운데와 끝: 다른 집 자원봉사자들 From 독일, 프랑스, ?





오늘 점심은 안크리에 모여 다같이 하기로 했다.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과 소시지, 빵, 샐러드를 먹었다. 이 곳 사람들은 차를 진짜 진짜 좋아한다. 모이기만 하면 "무슨 먹을래요?", 밥 먹고 나서도 "무슨 차 먹을래요?" 하고 끊임없이 물어본다. 배도 안부른지.. 그때마다 "괜찮아요." 하기도 조금 그래서 그냥 차 마시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1년 동안 "전 괜찮아요"를 반복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길다란 식탁에 12명이 모여 식사를 했다. 아직은 이곳 사람들이랑 어색한지라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이 모든 순간들이 행복해질 것도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신나는 일이면서도 참 피곤하다. (요즘 참 피곤하다!) 기냥 얼른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4시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낸 도카스(Dochas, 근처에 있는 또다른 라르쉬 집).
그 집에 있던 다리가 길어보이는 거울 앞에서.
지난 번 꼬질꼬질한 채로 참여했던 매스때의 우리조 모습.

비다의 생일 때 찍은 사진도 받았으나.. 올리지 못할만큼 흉측했으므로 패쓰-.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