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88만원세대

2008. 3. 4. 10:40 from 북트럭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 8점
우석훈,박권일 공저 / 레디앙 / 2007년 8월
읽은 날: 2007. 12. 27 ~ 2008. 0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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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거 종이가 너무 두꺼워서 무거운데.. " 중얼중얼 거리며 책을 펼쳤다. 지난 몇주 동안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경제학 용어에 대강 넘겨버린 페이지가 꽤 되지만 그냥 그려러니.. 하며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아무 생각 없던 내 자신을 많이 깨우쳐 주었다.


우리나라의 20대는 왜 독립하지 못하는가? 한국의 20대가 유별나게 의존적이고 독립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독립을 하기엔 너무나 비싼 집값과 터무니없이 높은 등록금에 독립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보조금 및 각종혜택을 제공해 주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에겐 그런 혜택이 오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한국의 10대와 20대는 너무나도 약한 존재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할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며, 우리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저 나만 열심히 해서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나 혼자 대학가서 죽어라 공부하고 잘난 사람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잘살 수 있을까? 그것은 단지 희망고문일 뿐이다.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는 기성세대에 의해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숙한 컴퓨터 활용 능력, 해박한 전공 지식에 풀타임으로 일할 것을 요구하면서 돈 한푼 주지 않는 곳이 상당수다. 이제는 그런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까지 하다. 20대에겐 기성세대들이 겪었던 '좋았던 시절'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승자독식의 논리가 곧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없이 대학 하나 나왔다는 것으로 직장을 골라 잡아갈 수 있었고 지금은 사회에서 고위계층으로 누릴대로 누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20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미 안정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20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취직을 못하고 이태백이라 불리는 이유를 모두 20대의 생각없음으로 돌려버린다. 우리가 못 났기 때문에 실업자가 되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취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다, 이유는 그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나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그건 결코 우리에겐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했어야 할 것들을 모두 지나쳐왔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있어 너무 미숙하다. 중간중간 놓여져 있어야 할 사회적, 제도적 장치들을 아무도 만들어 놓지 않았으며 지금의 20대가 겪고 있는 지옥과 같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 개별적인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로 인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계층은 바로 20대이다. 기성세대에 착취당하고 세대 내 경쟁을 넘어서 세대 간 경쟁까지 버텨내야 하는 것이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20대의 모습이다.


지금의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20대의 목소리를 내지르는 노력이 필요하며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해서 절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아질거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개미지옥에 빠져있다. 개미지옥은 '누가 빨리 그곳을 탈출하는 가'가 아니라 결국 '누가 먼저 잡아먹히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내가 발버둥을 친다고 해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개미귀신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