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서둘러 배낭을 마저 챙기곤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으로 코치를 예매하려 했건만 도무지 결제되는 카드가 없어서 그냥 꺼버렸다. 택시기사가 길을 조금 헤맸는지 Wilton Cab에서 전화가 와서는 길을 알려달란다. 그리곤 5시 45분쯤 현관앞에 도착했다. 이슈트반이 말하길 2시간 전에는 가야 한다면서 6시쯤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공항까지는 15분도 안걸렸다. 덕분에 공항에서 1시간 반을 기다렸다. 공항 가는 길, 미터기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면서 그 짧은 거리를 14.45유로(약 2만 6천원)나 내고 갈 수 있었다. 어디 무서워서 택시 타겠나?

(공항을 오갈 땐 운전할 수 있는 다른 봉사자들에게 부탁할 수 있지만, 28일날 운전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이른 시각 다른 집 사람들한테 부탁하기도 그렇고 해서 택시타고 갔건만 정말 후덜덜이었다!)



버스 정거장 바로 옆 파커스 피스 공원 / Pambroke College ?


스텐스티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캠브리지가는 10시 35분 차 버스표를 구입했다. 날이 꾸물거려서 갈까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행히 여행하는 동안 날이 굉장히 좋다 못해 더웠다. 캠브리지에 도착해서는 배낭 맡길 곳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가방 맡길 곳은 아무데도 없어요.' 버스 정류소가 그냥 일반 버스 정거장처럼 생긴 것도 의외였지만 가방 맡길 곳이 없다니! 결국엔 배낭 매고 4시간을 넘게 돌아다녀야 했다. 가방이 2Kg정도로 그나마 가벼웠던게 다행이다.  



 


킹스 칼리지 주변의 엄청난 관광객들


 


시내 중심부는 그리 크지 않은터라 걸어서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미리 지도를 뽑아간게 도움이 많이 됐다. 파커스 피스 공원을 통과해 시내를 돌아다니던 중 웅장함을 자랑하는 킹스 칼리지와 수많은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사람들도 함께.. (아시안이 정말 많았다.)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할게 있다면 바로 '남 의식 안하고 사진 찍어대기'






퀸스 칼리지 (Qeens's college)




수학의 다리 밑에서 펀팅을 즐기는 사람들





캠강 바로 옆에 카페가 있어서 야외 테라스에 앉아 펀팅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차 한잔 하면서 수다떨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바라만봐도 행복해지는 풍경. 저 뒤쪽엔 공원이 있어서 사람들로 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날이 꽤 더웠다. 가방때문에 어깨는 아파오고 이마엔 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이놈의 배낭... 뭘 볼까 하다가 킹스 칼리지 뒷편으로 돌아가 펀팅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뉴튼이 설계했다는 -퀸스 칼리지와 캠강을 잇는- 수학의 다리는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데 현재는 못으로 보수작업을 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캠강을 따라 배를 타고 흐르는 '펀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수심이 얕아 노를 젓는게 아닌 강바닥을 긁으면서 이동해야 했기에 직접 배를 빌려 노를 젓는 사람들의 오만가지 인상도 구경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글에서 마켓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주변을 암만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인디안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악기 연주소리가 있을 뿐이었다. 그 소리가 꽤 매력적이라 녹음까지 해뒀다지! 여러가지 악기를 사용하면서 연주를 했는데 멜로디 뿐만 아니라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참 평온하고 좋았다.

2바퀴나 빙빙 돌았건만 마켓 콧구녕조차 보이지 않아 포기하곤 Fitzwilliam 박물관으로 향했다. 여행할 때 피해다니는 곳이 박물관, 갤러리, 성.. 이런 곳이건만.. 크크. 런던에서 내셔널 갤러리에 다녀온 터라 사실 여기에서 뭘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_- 그림 구경하는 동안 배낭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것만 빼고. 생각해보니 그림뿐만 아니라 여러나라의 도자기도 있었던 듯. 볼게 굉장히 많았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마켓을 보겠다는 굳은 의지와 점점 다가오는 버스시간에 마음이 급했나보다. 








다시 킹스칼리지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트럼펫과 나팔소리를 따라가보니 아니 이런! 마켓이 나왔다. 아무래도 마켓이 열리는 시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위치를 제대로 알아가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블로그에서 봤던 그 누군가의 설명은 참으로 부족한 것이었다! (라고 핑계를..)



The Hemp Store- 난 왜 건물 안에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시장을 간단하게 한바퀴 돌아본 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앞자리에 자리를 잡곤 고개를 까딱까딱, 어깨를 들썩들썩. 많이 들어서 익숙한 음악을 주로 연주했는데 그 중 하나는 어느 만화에 나오는 주제가였다. 큭큭. 흥겨운 음악에 어느 여자 두명이 사람들 앞에서 차차차를 추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행복한 마음이 가득 가득 차올랐다. 히히-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던터라 듣는 내내 시계를 들여다봤다. 3시 40분. 조금 늦은감이 있었다. 4시 10분 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을 잃었다. '나이스-!' 차를 놓칠까봐 불안해졌다. 길가던 아저씨한테 물어본 덕분에 찾아갈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꽤 있어서 가는 도중 한번 더 물어봐야 했다. '파커스 피스 공원은 왜 이렇게 큰건데!!!' 땀을 뻘뻘, 가방을 들썩 들썩 거리며 저 앞에 보이는 버스를 향해 마구 뛰었다. 4시 2분. 겨우 잡아탔다. 휴우.....




-라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숨을 헐떡헐떡 들이쉬고 있는데 버스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3시 2분. '으응?' 차표 영수증을 보니 역시나 이제 막 3시가 넘은 시각. 뭔가 상했다. 베드포드로 가는 길, 어느 정거장에서 버스가 멈춰서고 그 뒤로 큰 시계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상하다. 저 시계도 아직 4시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 시계가 진상이었단 걸. 스텐스티드 공항에 도착해서 시계를 봤을 때 시간이 안 맞아서 다시 맞춰놨었는데 그 사이에 뭔가 잘못 됐었나보다. '망할 시계! 망할 시계!' 혼자 씩씩거렸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고 마구 달려왔건만 이게 뭐람! 캠프리지에서 1시간은 더 있을 수 있었는데 그게 너무 아쉬웠다. 내 1시간 어쩔건데!! 이런 젠장..



+ 덕분에 구려터진 베드포드 버스 정거장에서 1시간을 때리며 보냈다. 5시쯤 타라가 데리러 와서는 다른 5명과 함께 캠프장으로 향했다. 독일인 부부 한쌍,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영국인, 프랑스인 여자 2명, 타라, 얼굴 생각 안나는 운전하시던 분..

+ 베드포드로 버스를 타고 오던 중 캠브리지 쪽 동네를 지났는데 '거긴 볼거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건 정말 착각이었다! 귀여운 놀이공원, 공원, 다리, 강 등등. 걸어다니면서 구경할 게 많아 보였다. 버려진 내 1시간과 함께 아쉬움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흐잉. 다음에 한번 더 와봤으면..!!

+ 다음 여행 때는 꼭 동영상도 찍어와야지!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