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목요일
Carlton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Coventry. 오늘 하루는 코벤트리 이마우스 커뮤니티에서 정원 가꾸는 일을 돕게 됐다. Village Carlton보다 규모가 굉장히 작았는데 아기자기한게 특히나 거실이 참 예뻤다. 뒷뜰로 나와 코벤트리 커뮤니티 분들을 소개받곤 간식과 음료를 들었다. 해가 짱짱한 것이 꽤나 고단한 하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선크림을 듬뿍 바르곤 (최대한 느릿느릿) 연장 하나씩 들고 정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누군가는 나뭇가지를 치고 또 누군가는 잔디깍이를 돌리고, 그 찌꺼기를 모으고, 쓸어 담고, 커다란 가위로 자르고, 손으로 뽑았다. '악' 소리났다. 일단 너무 더웠다. 을 마시러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나무 그늘 밑에서 손 부채질 하느라 분주했다. '이걸 어떻게 하루종일 해!'

코벤트리 커뮤니티 입구 근처 어딘가.



1시쯤에야 키쉬, 피자, 빵 등으로 점심을 한 뒤, 아벨리나와 함께 커뮤니티 주변 산책을 갔다. 입구 바로 앞, 뒤에선 말들이 풀을 뜯고 그 오른쪽으로는 자그만 교회와 함께 묘지가 있었다. 아직 싱그러운 들이 놓여져 있는 걸로 봐선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는 것 같았다. 

캠브리지 커뮤니티 리더, 칼튼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컴패니언 등등 아벨리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근처를 한바퀴 돌았다. 2시쯤 정원으로 돌아와보니 앗, 이미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 둘다 일하기 싫어서는 '아, 일하기 싫다!' '그냥 일하는 하는건 어때?' 킥킥킥 웃으며 마지못해 잔디 고르기에 참여했다. 해가 강해서 다들 틈틈히 쉬면서 일을 했다. 일이 힘들었다기보단 날이 더워서 일이 힘들었다.




묘비에 새겨진 '누군가의 아내 혹은 남편'





뒷뜰에서 바라본 풍경, 노을이 질 때쯤 반짝이는 호수가 참 멋졌다.


3시쯤이던가, 여자 4명이 잔디에 풀썩 주저앉아 한참 수다를 떨었다. 카우치서핑, 저렴하게 유럽 교통수단 이용하는 법, 24시간 걸려 폴란드에서 버스타고 온 얘기, 한국식 나이 세는 법,,, 카우치서핑은 몇년 전에 듣긴 했지만 걱정되는 것도 있어서 그냥 알고만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꽤 흔한 여행법인 것 같았다. 데티의 경험담도 몇번 들은 적이 있고, 이번에 체코에서 새로온 봉사자는 직접 여행자를 받아서 숙식 및 가이드를 제공하곤 했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왠지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떠나기 전에 한번 시도나 해볼까?   






오예, 바베큐!!


'오늘 일 몇시에 끝나지?' '설마 5시는 아니겠지?'
휴우,, 다행히 3시 반쯤 일이 끝났다. 저녁에 바베큐, 밴드 공연이 있기 때문에 9시쯤 칼튼으로 출발할거라면서 샤워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샤워실을 이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누구도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은터라 커뮤니티에서 티셔츠를 나눠줬다.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니 괜히 웃겼다. 앨리스는 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모아다 사진까지 찍어갔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여기저기 둘러 앉아 저녁을 먹곤 연주가 시작되길 기다리면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댔다. 헨리는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이 영 미덥지 않은지 로라에게 연거푸 다시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하이로~ 내 손에 부비적 부비적 거리던 귀여운 녀석 ♥


연주가 시작됐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밴드는 아니었지만 -처음엔 컴패니언인줄 알았다- 실력은 꽤 좋았다. 첫 노래의 멜로디가 좋아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The boys of summer'란 곡이었다. 선곡된 노래들 모두 정말 좋았다.

2번째 노래가 시작된지 얼마안되서 타라가 호르헤의 손을 끌고선 무대 앞으로 나가 을 추기 시작했다. 둘이서 열심히 추더니만 앉아서 멀뚱히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안 나가려고 발버둥에, 피트는 저 멀리 도망까지 쳤다. 그러다가 로라가 호르헤의 손에 이끌려 나가 막춤을 추고 하나둘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녹음하던 나도 호르헤의 손에 떠밀려선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어 주곤 곧장 돌아와 앉았다. 밑에 녹음된 노래 중에 아마 목소리가 들리는 파일이 있을거다. 하하하하.






타라에 의해 시작된 댄스 타임-!





춤 추는 사람들을 뒤로 하곤 잔디에 누워 하늘을 봤다. 파랗던 하늘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저 옆에선 노을이 지면서 따듯한 빛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드럼소리, 기타소리가 어우러져 참 평화로웠다.





목소리가 참 멋졌다. 좋은 노래만 골라서 들려주신 듯 :)




막춤의 대가들


하지만 고단한 하루였던지라 노래 듣는 것도 피곤해질 즈음 연주가 막이 내렸다. 밤 9시쯤 땅거미가 질 때 출발해서는 집에 가는 도중 그새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다. 다들 피곤했는지 차 안에서 골아떨어졌다. 빨리 돌아가서 자고 싶은데 오는 도중 길을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도착.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잔디밭의 수다, 행복한 노랫소리, 그리고 달콤한 꿈나라 시간..

허나 다음 날 아침 마켓 준비로 1시간 일찍 일어나야 했으니..!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