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웠던 팀미팅

2009. 7. 27. 23:42 from 라르쉬 코크

주말휴일로 인해 질릴대로 질려버린 휴식과 인사를 하고 오늘 아침부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9시가 조금 넘어 팀미팅을 갖기 위해 외출을 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다. 오늘은 아니타의 Prayer가 있는 날인데 발린콜릭 공원에 산책을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언제나 따라오는 차 + 스콘과 함께! (예이~!)

워크샵에 들러 리즈를 태우곤 발린콜릭으로 향했다. 날이 좋다 했는데 저 멀리 보이는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아일랜드의 정상적인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려는지 요즘따라 소나기가 제법 내린다. 지난 밤엔 비가 끊이질 않았다. 비가 세차게 왔다가 해가 나기를 반복하는 아일랜드의 여름.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나이스 타이밍! 하는 수 없이 카페에 들려 우선 미팅을 갖기로 했다. 발린콜릭 쇼핑센터에 있는 카페에 앉아 크로와상, 핫초코를 시켰다. 마시멜로가 사르르 녹아있는 핫초코! 지금까지 먹어봤던 핫초코는 대부분 약간 싱거웠는데 이건 내 입에 딱이다. 딱 알맞게 진하다. 으히히- 크로와상을 반으로 잘라 버터와 딸기잼을 사라락 바르곤 와구와구 먹어댔다. 그러는 사이 이번주의 역할 분담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내가 맡은 일은 샤론 샤워 돕기와 빨래. 나쁘지 않군. 큭큭.


카페가 시끄러워 목소리가 잘 안들렸다. 기억나는거라곤 수나스에 있는 루벤이나 마리가 곧 집을 옮길 거란 것. 왜 라는 물음에 '아하!.. 하하하하하' 웃는 걸 보니 아무래도 둘 사이에 한 감정이 생긴 듯 하다. 둘이 장난도 잘 치고 그러더니만. 내가 1달 안에 아일랜드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안쿤에 있던 어시스턴츠 사이에 비슷한 일이 생겨서였다. 조금 심각했는지 남자애는 독일로 돌아가고, 여자애는 집을 옮겼었다. 그리고 내가 대신 그 집에 들어갔지. 궁금해서 마구 캐묻고 싶었지만 워어어-. 라르쉬 코크에 있는 사람들 중에 결혼한 사람들도 꽤 있고, 최근에 결혼식을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왔던 걸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인가보다.

미팅을 마친 후 다시 공원으로 갔다. 소나기가 멈췄다. 먹구름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잔디밭에선 강아지 몇마리가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산책로 바로 옆에는 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살이 제법 세찼다.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어 조금 위험해보이기도 했다. 쏴아- 흐르는 강물을 보자니 카누를 타고 물살을 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스릴 넘치는 뭔가가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 지금처럼. 집에 돌아오는 차안, 다시 비가 거세다. 속이 안좋다. 차안 공기가 탁해서 머리가 띵하다.


지난 주, 몇몇 캠프힐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발리베이, 던쉐인, 캐릭온수어, 더프캐릭, 카일 커뮤니티. 카일에선 나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기에 메일을 보냈고, 발리베이에선 현재 6개월동안 있을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연락이 왔다. 캐릭온수어에선 현재 자리가 있으니 전화를 달라며 번호를 남겨주었다. 지난 주에 카일 캠프힐로 보낸 메일엔 아직 아무런 답장이 없다. 내 '불만'이 마음에 안들었나. 괜한 걱정. 라르쉬에 관해서 괜히 너무 솔직하게 썼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주가 당장 휴가이기 때문에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캐릭온수어 캠프힐로 전화를 걸었다.

두근두근, 안 받는다. 2번째 시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니 30분 후에 하란다. 점심을 먹고 다시 걸었다. 다행히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수화기를 건내주며 내 이름을 말하는데, 와, 발음이 꽤나 정확하다. 게다가 한번에 척 알아듣다니! 필요한 서류는 뭐고, 한국인 봉사자는 몇명이 있고, 코크에선 몇번 버스를 타면 되고, 언제 라르쉬를 떠나는지, 언제 캠프힐에 오고 싶은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버스를 탈 땐 제임스 본드를 기억하란다! 007! 외국인과 전화통화를 할 때면 항상 애를 먹지만 오늘은 그녀의 발음이 깨끗했던 덕분에 편하게(?) 통화할 수 있었다. 내 실력이 좋아져서 그랬던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히히.


일단 CV와 함께 추천인 3명의 정보를 보내기로 했다. 추천인은 내일 워크샵에 가서 캐티와 상의해볼 작정. 그리고 라르쉬의 실패탓인지 무작정 가기엔 불안해서 8월 19일에 캐릭온수어 캠프힐을 방문하기로 했다. 나의 마지막 Long weekend off! 방문을 해보고 만약 내가 Happy! 하다면 캠프힐 측에서도 오케이- 라고 전해왔다. 와우 러블리! 내가 걱정되는 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라르쉬를 떠난다는 것. 내가 행복하지 않아 떠나는 거지만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게 사실 좋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니까. 캠프힐 측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떠남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잘 얘기하면 이해하실지도. 양측 합의하에 이뤄진 일이라구욧!


오늘 저녁엔 하우스 나잇(House night) 대신 모든 휴가 그룹이 안크리에 올 예정이다. 각 그룹의 휴가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아일랜드 3팀, 영국(런던/스코틀랜드) 2팀, 안젤락(코크) 1팀. 휴가를 떠나는 모든 레지던츠와 어시스턴츠가 모이는 자리이니 굉장히 북적북적한 저녁이 될 것 같다. 난 우리집의 메리와 함께 2주동안 북쪽 Mayo 지방에 있는 Westport에 가게 됐다. 스코틀랜드 가는 팀이 어찌나 부럽던지.. 치. 라르쉬 끝내고 에딘버러나 가볼까.. -_-

8월 1일부터 15일까지 휴가(우리에겐 휴가가 아닌 !). 17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마지막 주말 휴일. 20일 오후부터 25일까지 도커스 원정. 9월 초 작별인사. 약간의 휴식- 어디를 갈까?-. 9/10월 캠프힐에 안착. 이 모든게 계획대로 수울~수울~ 흘러갔으면!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