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걸?

2009. 9. 18. 00:12 from 라르쉬 코크

작은 거실, 4일 밤을 보내다.


지난 목요일에 이슈트반이 내 방 페인트칠을 새로 한다기에 아래층으로 짐을 옮겼다. 남은 방이 없어 작은 거실에서 지냈는데 꾸며(?)놓고 보니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지난 한주간은 별로 한게 없었다. 요리도 안했고 청소도 안했다. 빨래 담당이었지만 항상 빨래와 식기세척기 비우는 일을 좋아하는 샤론이 나보다 먼저 해놔서 할 게 없었다.



사진은 못 붙였지만 안크리 식구들에게 글을 남기고 왔다 / 라르쉬 코크 워크샵



월요일엔 나의 마지막 저녁식사가 있었다. 식사 전에 하는 Grace에 내 이름을 넣어 노래를 불러주던 사람들.. 그리고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건네 받았다. 그 날은 메리의 하우스 나잇이라 거실에 둘러앉아 DVD를 보기로 했다. 'Roman Holiday' 커튼을 치고, 팝콘과 음료수를 하나씩 들고 앉아 부스럭 부스럭 거리며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정겨워서 좋았다.




화요일, 워크샵 가는 길


화요일 아침엔 캐티와 미팅이 있었다. 자원봉사 증명서와 설문지를 건네받고 워크샵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데일이 메일주소가 적힌 종이와 함께 촛대를 선물해줬다. 무거웠다. 이미 가방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라 조금 난감했다. 하하. 별로 가져온 건 없는데 이미 캐리어는 20Kg, 배낭은 10Kg. 




이 길도 마지막이로구나..


11시쯤 집으로 돌아오니 모든 봉사자들이 Reflection을 갖고 있었다. 난 참여는 하지 않고 그냥 짐을 다시 정리하고,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보딩패스를 뽑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곤 샤워를 했다. 집안이 시끌벅적했다. 잘 가라는 인사를 받고 모두와 헤어졌다. 2시쯤 출발할 예정이었던터라 난 집에 남아 이슈트반을 기다렸다. 게이트 앞까지 배웅을 받곤 안으로 들어갔다.

런던 히드로까진 에어링구스를 이용했다(영국항공 공동운항). 요리하는게 시끄러울까봐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웠더니 벌써부터 배가 고파왔다. 히드로에 도착해선 12시간의 비행을 대비해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츄리닝 강추!

히드로 공항에서 3시간을 기다린 후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앉은 채로 1시간을 더 기다렸다. 출발시각 약 밤 10시. 저녁이다! 영화 Imagine that을 보며 -약간 짭짤한- 치킨 라이스에 초코케익, 빵, 샐러드를 후딱 해치웠다. 볼만한 영화가 꽤 많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The soloist, Star Trek도 있었지만 보다가 꺼버렸다. 워낙에 시끄러운데다가 대사가 잘 들리지도 않고 자막도 없었다. Father Ted를 보다 피곤함에 골아떨어졌다. 




코크 공항, 내가 타게 될 에어링구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비행시간이 하루가 넘어가는터라 짐이 인천까지 갈 수 없다기에 홍콩에 도착해선 짐을 찾아야했다. 아일랜드갈 땐 코크까지 연결해줬건만.. 어쨌든 홍콩에 도착하니 참 낯설은 풍경 하나가 보였다. 마스크를 쓴 공항 직원들! 아무래도 신종플루 때문인가보다. 아일랜드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던터라(?) 그 광경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직원분한테 짐 얘기를 하니 찾을 필요없이 데스크에서 트랜스퍼 신청을 하면 된다기에 얼른 인천으로 짐을 보내고 체크인을 했다. 비행기가 연착된 덕분에 대기시간이 1시간 줄었다. 현재 시각 약 5시 반, 인천행 출발 시각은 새벽 0시 20분.

공항 밖에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피곤하다고 의자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밖이 깜깜하다. 10시는 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7시였다. 시계가 잘못 된 줄 알았다. '가 이렇게 빨리 져?' 일기를 쓰고 책을 읽어봤지만 그 마저도 너무 지루해 공항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고 인터넷을 하고 나니 밤 10시. 이젠 기다리는게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다.




홍콩공항에서의 7시간


밤 12시가 넘어 늦은 저녁을 먹고 Star Trek을 봤다. 요번 헤드폰은 훨씬 잘 들렸다. 이해를 해서 잘 들린건지 그냥 소리가 잘 들린건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오니 여전히 하늘이 어두컴컴했다. 새벽 4시 반. 짐을 찾느라 한참을 기다렸다. 20유로를 환전하니 약 3만 4천원이 나왔다. 공항 환율이 너무 안좋았다. 1711원이 뭐야...

춘천행 첫차 아침 8시. 너무했다. 장금이를 보며 2시간을 더 기다렸다. 빨리 집에 가서 대자로 뻗고 싶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경찰들을 봤다. 우리나라 공항에도 총든 직원들이 있었네. 진짜 총인가. 


오늘은 첫날이니 그냥 푹 쉬어야겠다. 냥이는 옆에서 야옹야옹 거리더니 자러 들어갔나보나. 난 아직 잠이 안오는데 뭘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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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