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선
머물러 사는게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면 된다.
돈은 쓰러 온 것이지 벌고 모으려고 온 게 아니다.
맛집을 찾아가면 될 뿐 재료를 사서 매 끼니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
혼자 가도 여행이고 누군가를 만나도 헤어져도 그만이지만 사는건 혼자면 버티기 힘들다.
여행은 이미 쓸 돈을 가지고 와서 마음편히 쓰면 되지만 현실은 당장 생활할 돈이 없으면 길바닥에 나앉는다.
여행은 목적지가 분명하지만 타지생활은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의 연속이다.
꼭 워홀이 아니어도 타국에서 생활을 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을 재활치료를 하듯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배고파! 한마디에 차려지는 엄마의 밥상도 없고 지지고 볶을 수 있는 가족도 친구도 더이상 없다.
돈 버는 것의 어려움을 새삼 깨닫고 그제서야 부모님의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이 모두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다는게 문제지만.
*
그 중에서도 뉴질랜드를 다녀와서 가장 크게 느낀 두가지를 더 말하자면,
첫째는 돈에 관한 이야기이다.
즐기다 오자는 생각으로 떠났던 워홀은 이내 날 돈 못 벌어 죽은 귀신으로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뉴질랜드만 해도 최저시급 약 12,000원. 매주 40시간에 보통 세후 190만원을 번다.
직장이 아니다. 알바생으로 최저시급 받고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해서 버는 돈이다. (한국에선 세후 70만원쯤-_-)
그렇더라. 돈은 벌수록 욕심이 생기더라. 사람 마음 변하는거 한순간이다.
많은 워홀러들이 다른 목적으로 왔다가 한국보다 몇배나 많은 월급을 보고 한방에 훅 간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통장잔고를 보며 뿌듯해하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숫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았다. 쓸 곳이 있었던들 쓰면 그만이고 그럼 남는 건 없다.
돈을 좇았기에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영어나 경력을 얻어왔다면 어땠을까?
돈 한푼없이 돌아왔을지언정 내가 얻은 실력으로 앞으로 몇십년을 먹고 살수도 있는 거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목돈을 안고 오는 것보다 그보다 더 높은 경제력과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얻어왔다면?
돈은 공중분해 되지만 실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
또 다른 하나.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내 인생 살다가 잠시 외국생활 하고 돌아와서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워킹홀리데이라고.
그런 생각은 이런 질문을 낳는다.
'워홀 뭣하러 가?
거기 가서 뭐하게?
어차피 한국에서 살건데 취업준비 하는게 낫지 않나?
득 될거 하나 없는데 괜히 시간 낭비 하지마 '
하지만 워킹홀리데이는 그냥 비자 이름일 뿐이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내 인생의 시계는 돌아간다. 1, 2년 보너스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 말인즉슨 넓게 생각해보면 한국이든 외국이든 내 삶을 사는건 똑같다는 것이다.
워홀 가는게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그 사람 인생을 사는거라고 생각하면 그런 질문은 할 수 없다.
그건 마치 '넌 왜 대학원을 갔어?' '넌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거야?' 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휴학하고 외국을 나왔든 서른 넘어서 나왔든 그냥 선택의 문제인거고 나와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내 인생이나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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