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걸어라
- 10점
조이스 럽 저 / 복있는 사람 / 2007년 4월
읽은 날: 2008. 1. 11 ~ 2008. 1. 22




 


*

'내 앞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불안해하는 나,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질책의 음성. 순례여정에 경쟁심이 들불처럼 타올랐다면 누가 믿겠는가마는 그것이 버젓한 현실이었다.  전진. 전진. 전진. 빨리. 빨리. 빨리. 그렇게 급히 서두르는 통에 걷기 자체의 즐거움을 잃고 있음을 우리는 곧 깨달았다.

.
.

내가 아는 다름 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거의 매일 그렇게 쫓기며 살아왔다. 내 동료들과 친구들도 모두 똑같이 살았고 그래서 나는 바쁘게 쫓기는 삶을 정상으로 받아들였다.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우리는 심지어 아름다운 풍경마저도 내려놓고 다음 행선지로 떠나야 했다. 대피소도 우리에게 내려놓음을 요구했다. 깨끗하고 편한 대피소를 만나도 그곳은 그저 하룻밤 묵어갈 여인숙일 뿐이었다. 카미노는 쉴 새 없이 우리에게 "지금 너에게 있는 것을 누리되 거기에 매달리지는 말라"고 말했다.

-

내 인생의 배낭에도 일정량의 짐만 넣으면 된다고 카미노는 나에게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너무 많은 물건과 잡동사니는 오히려 짐만 될 뿐이며, 그때 나는 참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다.


 

*

또 다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나는 예전의 가벼웠던 내 마음을 잃어버렸다. 그 마음은 빛이 바래어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지고 가는 짐의 무게가 가벼울 수록 내 삶이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많을 수록, 내 삶이 복잡해질 수록 내 마음은 점점 황폐화 된다는 것을. 간단하지만 참으로 어렵다. 욕심이 참으로 무섭다.

빛 바랜 내 마음을 어찌하면 살려낼 수 있을까? 혼란스러워진 내 마음은 어찌하면 달랠 수 있을까.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