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 치유성장 에세이  8점
신현림 저 / 민음사 / 2007년 11월
읽은 날: 2008. 1. 23 ~ 2008.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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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불빛이 가득한 푸근한 다락방 안에서 이불을 푹 덮고 누워 책을 읽는 듯하다. 조금은 우울하면서도 그 침착함에 내 마음도 차분해진다.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글쓴이의 이 책 속 단어 하나하나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가끔은 수없이 튀어나오는 색다른 표현감각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표현들이 익숙하지 않아  눈에 걸리적 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소개하는 무수한 시와 그녀의 삶. 그녀가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주는 듯 하다. 그러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운다.

책을 읽노라니 적지 않은 글귀들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영혼의 재테크는 뭘까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대는 얼마나 가져야 행복하는가' 라는 소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생각해 본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내려놓음'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위로도 받을 수 있었고 내 마음도 정돈할 수 있었다. 아직 내 마음조각 하나하나가 제대로 정돈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 푸근했다. 그리고 반성했다. 나의 이 불순한 나쁜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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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리는 생의 가장 좋은 것들은 모두 거저 주어졌습니다. 시력과 건강과 사랑과 자유와 그리고 생 자체를 모두 거저 받았습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것들을 진정으로 즐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차적인 것들, 즉 돈, 좋은 옷, 명성 등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기도의 체험-47가지 묵상 기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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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는 법을 배워라. 이것이 넘치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열쇠다.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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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퀴의 몸체를 만들지만
마차를 앞으로 굴러가게 하는 건 바퀴 중심에 있는 빈 공간이다.
우리는 진흙으로 그릇을 만들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담아 내는 건 그 안의 빈 공간이다.
우리는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 내지만
그 집의 진정한 가치는 내부 공간에 있다.
우리는 살아 있는 존재와 함께 일하지만
우리가 정작 사용하는 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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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래, 고맙다."

"오늘 엄마 주려고 예쁜 치마 샀어. 운동도 하고 밥이랑 약도 잘 챙겨먹고, 씩씩하게 보내야 돼. 엄마 오래 살아야 돼. 우리 자식들이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 줄 알지?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나자 가슴이 벅차오른다. 먼 바다를 바라볼 때처럼 현기증이 났다. 어머니를 잃어버릴까 두려워 터져나오는 엄마라는 말. 그러나 지금 의식불명이신 어머니. 아무 대답도 없으시다. 그러나 나는 들을 수 있다. 마지막 통화 때 어머니의 인사가 내 마음을 울린다.

" 우리 다시 만나자!"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