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부활절 아침 11시. 워크샵에서 매스가 있었다. 워크샵 옆에는 자그만 교회가 있는데 다들 부활절 아침, 교회를 찾았는지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했다. 매스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노래를 부르고, 신부님 말씀을 들었다. 어제가 부활절인만큼 사람들의 인사는 단연 "Happy Easter!"였다. 사실 난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랑 어색하게 얘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말이다. 한국에서도 싫어했는데 말 안 통하는 외국에선 어떠하리.

매스가 끝난 후에는 강당에서 빵과 부활절 초콜릿 달걀, 음료를 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제는 뜨거우리만큼 햇빛이 따사로웠다. 잔디밭에 앉아서 광합성을 하고 있노라니 참 평온하면서도 사람들이 그리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지금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요즘 참 자주 드는 생각이다.

오늘은 부활절을 기념해서 우리집에서 만찬을 벌이기로 했기에 휴식시간 없이 음식 준비를 했다. 안크리, 안젤락, 도커스에서 몇몇 레지던츠와 봉사자들이 건너오기로 했기에, 2시가 조금 넘어서부턴 닭고기와 연어를 손질하고 오븐에 넣고, 으로 식탁을 꾸몄다. 15명이 앉을 공간을 마련해야 하다 보니 집에 있는 의자란 의자와, 식탁이란 식탁을 모조리 주방에 구겨넣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이다.


  

닭고기와 연어, 샐러드, 으깬 감자, 브로콜리, 당근, 그리고 도커스에서 가져온 초코 케익과 초콜릿, 워크샵에서 가져온 바게트 빵으로 저녁을 했다. 맛은 꽤 훌륭했다! 특히 마리 줄리가 만들어온 초코 케익이 인기가 좋았는데, 초코 케익 말고도 비스킷 조각이 박힌 초콜릿 덩어리(?)는 달콤하면서도 굉장히 달았다. 프랑스 식이라고 하더군. 안 그래도 부활절이라고 며칠 전부터 초콜릿과 초콜릿 케익을 잔뜩 먹었는데 어제는 정말이지.. 내 몸안에 초콜릿이 흐르는 것 같았다. 우웩. 아무래도 한동안 초콜릿만 보면 인상이 찌푸려질 것 같다.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먹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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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월요일.
오후 2시쯤 헬렌, 리나와 함께 도커스에 원정을 나갔다. 오늘도 날씨가 꽤 좋아서 걷기에 딱이었다. 익숙하게 차도 마시고, 남에 집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케익을 뒤져 먹었다. (;;) 열심히 얘기도 경청하고-_- 졸기도 하면서 마리 줄리에게 쉬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아직 하우스 리더가 돌아오지 않은 까닭에 2명의 레지던츠를 두고 편히 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조깅을 마치고 온 그녀와, 헬렌, 나 이렇게 셋이서 저번에 갔던 호숫가(Lough)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호숫가는 그야말로 수많은 강아지와 사람들로 붐볐다. 어딜 가든 아일랜드에선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숏다리 롱허리 강아지서부터 입에 재갈을 물린 덩치 큰 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여기 온 뒤로 고양이는 본 적이 없어 조금 섭섭했다. 야옹이도 산책이 필요하다구!

호수 근처에 있는 Pub에서 헬렌이 사준 치즈케익을 먹고선 집으로 돌아왔다. 알무트가 해준 저녁을 맛나게 해치우곤 내일부터 있을 '부활절 휴가'를 준비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짐싸기가 끝. 내일부턴 안쿤이 아닌 안젤락에서 머무르게 됐다. 비다를 돌봐 주면서 하루는 도니와 산책을 가고, 금요일엔 Day off를 가지기로 되어있다. 그리곤 토요일에 다시 집으로 컴백! 철저한 휴가 스케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져온 짐이 별로 없는 까닭에 '며칠 있을 짐 = 아일랜드에 가져온 짐'이 되버렸다. 지갑 정리도 한번 해봤는데 계산해보니 3주 동안 쓴 돈이 약 26.50유로, 4만 6400원 정도 된다. 돈 단위가 작다보니 한번 쓸때마다 비싸다는 걸 크게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아래에 사진은 8유로 37센트. 1만 4600원 정도인데, 동전들이 두툼해서 촉감도 무게감도 참 마음에 든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