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수요일

바닷가를 가기로 했건만 억수로 쏟아지는 바람에 취소되고 말았다. 젝슨! 그리하여 로미나, 밸러리, 비다와 함께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시칠리안 치킨이란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그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격은 10.95유로. 다른 곳에 비하면 조금 싼 편이었다. 여기와서 느끼는거지만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 식당엘 가든 커피숍에 가든 내가 아무리 버벅거려도 웃으면서 친절히 대해주는데, 그것 하나는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참으로 허무하게도 오늘의 일정은 이걸로 끝. 집에 와서 열심히 Scrubs를 봤다...


4월 16일 목요일

오늘은 안젤라와 함께 도니를 데리고 Cobh로 가는 날이다. 끼야호~! 도니와 헬렌은 시티 센터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에서 머물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 알무트, 안젤라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처음엔 헬렌 그룹이랑 다 같이 간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헬렌이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안젤라, 도니, 나 이렇게 셋이만 Cobh로 향했다. 사실 안젤라와는 굉장히 어색했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저번에 도니의 목욕을 도와주러 왔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어색함에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하아.

시티 센터는 수많은 차들로 빼-곡-했다. 주차하는데만 시간을 꽤 쏟았었기에 차를 다시 가져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약 30분이 걸려 도착한 코브(Cobh)는 아담하면서도 색색깔의 집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마을이었다. 안타깝게도 사진을 못 찍어서 보여줄 길이 없지만 대신 그 모든 풍경을 내 눈으로 꼭꼭 담아가지고 왔다. 알무트가 아직 코브에 가보지 못했다니 조만간 다시 한번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땐 꼭 사진으로 담아와야지!

Stop coffee란 곳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바로 뒤에 있는 성당으로 향했다. 아주 화려하지 않은 아늑한 곳이었다. 아일랜드의 이민역사와 함께 타이타닉 호의 마지막 출항지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니가 걸음이 불편한 까닭에 계속 차로 이동을 했지만 걸어서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아래 사진은 저번에 이은 Day off때의 모습. Clonakilty가는 길목에 찍은 사진이다. 파도타기 하는 사람들도 보이더군. 사진으로는 참 평온해 보이지만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왜냐면 오늘이 햇빛을 볼 수 있었던 '첫번째' Day off였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헬렌 그룹은 시티센터에서 쇼핑을 나갔다고 한다. 헬렌이 쇼핑을 조금은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지루해했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쯧쯔.)

호텔로 돌아와서는 헬렌 그룹(알무트, 루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호텔 침대가 어찌나 푹신푹신하고 사랑스럽던지 와우! 집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 안젤라도 그 뜻을 같이했음. 크크크. 휴가를 보내면서 얼굴로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니 그들과 친해지는게 생각보다 쉽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내가 그들에게 할 말이 없는 건 이제 온전히 내 영어실력 때문이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_-

우리가 향한 곳은 Scoozi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었는데 유명한 곳인지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생일파티가 벌어져서는 촛불에 케익, 생일축하 노래까지 식당안은 그야말로 시끌시끌 그 자체였다. 오늘의 선택은 Chicken pesto라는 화이트 크림이 더해진 파스타였는데 -평소 하얀 소스를 안좋아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맛이 좋았다. 하지만 이 어찌나 많은지 도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음식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헬렌과 도니는 디저트로 케익까지 먹는 괴력을 발휘했다. 케익은 또 뭐가 그렇게 크던지..

오늘은 참 기분좋은 하루였다. 차갑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엔젤라와 조금은 가까워졌고, 멋진 바닷가도 봤으며, 훌륭한 저녁식사도 할 수 있었으니까.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내가 아일랜드에 먹으러 왔나.. 하는 생각은 여전했지만. 후후.

+ 안젤라의 말에 따르면 도니가 나를 마음에 들어한단다. 그 이유는- 조용해서. 푸하하. 하지만 안젤라도 처음에는 조용한 편이었다니 나도 조만간 본 모습을 들어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