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안크리-!

2009. 5. 9. 19:15 from 라르쉬 코크

어제가 Day off였건만 짐을 꾸리고 집을 옮기느라 마음 편하게 쉬지도 못했다. 오후부턴 하나둘 짐을 꾸리기 시작했는데, 빈 내 방을 보자니 괜시리 섭섭하고 떠나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뒷뜰 너머로 슬며시 올라오는 노을이 애잔하기까지 하더군.. 워크샵이 끝나고 안크리로 가는 차에 짐을 싣곤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새로운 집으로 향했다. 머릿속이 온갖 생각들로 시커매졌다.

안크리에 남아있는 봉사자는 헝가리에서 온 데티, 봉사자 대장인 리즈. 레지던츠는 폴린과 수잔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주말동안 집에 돌아갔거나(레지던츠), 휴가 혹은 원정을 나갔다한다. 어제 코크에 도착했던 브라질에서 온 여자 분과 커다란 검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분도 함께 있었다. 그는 앞을 보지 못했다. 데티는 며칠 전에 코크에 도착했다. 예전에 1년 정도 여기서 지내다가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을 받고 다시 온거라 했다. 내 또래로 보이는 그녀의 목엔 가로로 길게 수술 자국이 나 있었다. 순간 엄마 생각이 났다.


안크리에 손님들이 머물고 있는 까닭에 주말동안 브리짓의 방을 쓰게 됐다. 전반적으로 이 집은.. 청소가 절실히 필요하다. 안젤락보다 더! 하루 날 잡아서 싸그리 청소해주고 싶은 집이다. 안쿤이 얼마나 포근한 집이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사실 안쿤이 가장 최근에 지어진 집이라 제일 깨끗하고 시설도 잘 되어있는 편이다. 인터넷도 빠르고.. 게다가 언제나 초콜릿과 쿠키, 케익, 과일로 넘치는 집이기도 하고 말이지. 흐흐. 안쿤에서 단지 7주를 지냈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동안 내 입맛이 꽤 길들여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쇼핑갈 때 따라가서 내 입맛에 맞는 것들로 가득 채워놔야 할 것 같다. 후우.

오늘은 주말이라 10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데티가 쇼핑을 간 사이 컴퓨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 컴퓨터가 느려서 참 슬프다. 하나 더 말하자면, 여기는 SKY TV가 없다. 한국에서는 없어도 볼 게 그리 부족하진 않았는데 여기선 없으면 죽음(?)이다. 왜? 채널이 4개 밖에 없다... -_- 정말 깜짝 놀랐다. 가장 오래된 집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스카이가 없을 수가 있냐고~ 맨날 보던 프렌즈와 이별 할 시간이란 말인가! 으악!

집이 얼마나 좋고, 지내기 얼마나 편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불편하긴 하다. 현재로썬 불만 가득! 부엌에 있는 쓰레기통부터도 마음에 안든다고!


+오늘 저녁엔 이곳 안크리에서 바베큐 파티가 있을 예정이다. 점심 후에 잠시 산책을 하고선 음식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벌써부터 기대되는 군! 바베큐~!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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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