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일요일
아침 6시, 일어나 씻자마자 짐을 챙겼다. 침낭을 집어넣고 배낭을 꾸렸다. 짐이 늘어서 빵빵했다. 마크는 이미 일어나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아벨리나와 나를 제외한 모두는 -누군가는 골골골 코를 골며-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다. 30분 후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타라가 싸준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수가 든 가방을 챙겨받았다. Emmaus가 새겨진 초록색 손가방을 하나씩 안겨주는데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클레먼타인은 늦잠을 잤는지 우리가 아침을 마칠 즈음 와서는 허겁지겁 아침을 먹었다. 다들 시리얼 먹을 때 전날 남은 저녁을 아침으로 먹곤했던 클레먼타인. 하하.


빅토리아 역

7시쯤 되자 하나둘 잠에서 깨어 다행히 작별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었다. 부비적 부비적 막 잠에서 깬 로라의 인사를 받고, 텐트 앞에 앉아 나즈막히 지켜보고 있던 호르헤와도 인사를 나눴다. 수염자국에 내 볼이 까끌까끌했다. 런던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였기에 런던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면서 전화번호까지 건내주었다. 뽁뽁뽁- 사람들의 뽀뽀를 받고서 타라의 차에 올라탔다. (서양식 인사는 친밀감을 느끼게 해줘서 참 좋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타라가 Milton Keynes 버스 정류장엔 처음 가는지라 영 불안했다. 마크가 따라갔음에도 역부족이었던지 앤디에게 전화가 몇차례 걸고서야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놓치는 줄 알았다. 

'헨리한테 인사하려고 팔을 뻗었는데 손을 내미는거야. 정말이지..' '나한텐 손도 안내밀길래, -마지막 인사인데 그래도 은 내밀어줘야지!-라고 말했다니까?' 하하하하하, 웃으며 마지막 장면을 회상하고 떠남을 아쉬워하며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층버스 타는 재미가 쏠쏠~


9시. 런던이다. 시내 중심부로 갈수록 두근두근,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빅토리아 코치역은 빅토리아 역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낑낑대며 몇분을 걸어가야 했다. 클레먼타인과 아벨리나는 워크캠프 전에 런던여행을 했던터라 다행히 헤매지는 않았다. 내가 묵을 숙소는 빅토리아역 가는 반대방향에 있었지만 오이스터 카드와 런던 버스맵을 얻기 위해 같이 길을 나섰다. 클레먼타인은 런던에 사는 친구를 만난다며 먼저 헤어졌다.

오이스터 카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아벨리나를 위해 진땀 흘리며 설명을 해주곤, 지하철 역까지 함께 가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보여줬다. 사실 가방이 무거웠던지라, 게다가 오던 길을 다시 걸어 숙소까지 걸어가야 했기에 그냥 헤어지고도 싶었지만 차마 그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먼길(?)을 함께 해줬다. 덕분에 숙소 오는 길이 대단히, 대단히, 대단히 힘들었다. 하아. 오다가 또 헤맸다지? 하지만 길마다 이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서 무사히 찾아올 수 있었다.

민박집 근처에 와서 전화를 거는데 이놈의 공중전화가 내 돈 40펜스를 먹었다! 꺄할! 이 꼬진것! 여차저차 민박집에 도착했더니 모두 한국인이다. 물론, 한국 민박집이었다. '저기,, 신발은 벗으셔야 하는데..' 깜박했다. 땀을 뻘뻘흘리며 열쇠를 건내받고, 주방에 앉아 주인 언니의 친절한 설명을 30여분에 걸쳐 들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괜시리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국인들을 보니 더 그랬다. 11시쯤 가방을 챙겨 민박집을 나왔다. '에고, 물 안가져왔다. 젠장!'






창밖 구경- 세인트 폴 대성당


민박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 역으로 갔다. 와우, 2층은 처음 와보는군! 걀걀걀~ 아일랜드에도 이층버스가 있지만 올라가보진 않았었다. 기분이 새로웠다. 코크에선 시내 투어버스가 휑- 한게 보통이었는데 런던 투어버스는 그야말로 만원이다. 처음이라 신기했다.

시장을 둘러보러 리버풀 역에서 내렸지만 페티코트 마켓만 보곤 다시 버스를 탔다. 주위의 브릭레인 마켓 등을 보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큭큭큭. 사실 가려고 했던 마켓은 아닌지라 어디서 열리는지 몰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표지판이 있다는데 난 못봤음-_- 물건을 팔으려는지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들도 꽤 보였는데 그들을 따라갈까 하다가 별로 내키지 않아 해크니 로드에 있는 꽃시장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과 내가 가본 페티코트 마켓이 왜 다른걸까. 하하, 아무래도 다른 마켓에 들렸던 것 같다. 분명히 표지판 보고 갔는데.. 내가 길치인가?)




9일을 함께한 소중한 등산화. 발은 편하더군 






해크니 로드에 위치한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



해크니 로드에 도착했다. 분명 시장 가는 길을 적어왔는데 (또) 헤맸다. 무슨 간판이 있을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던건 시장에서 을 사들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투명 비닐에 곱게 쌓인 꽃을 들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예뻐보이든지.. 시장보다도 두 손에 살포시 꽃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기억에 생생하다.  





(사실) 꽃에 관심 없는 1人




꽃 사라고 고래고래 목청 높이던 상인들


영국에 오기 전 '마켓은 가봐야지!'하는 마음에 정보를 찾아 오긴 했지만 캠브리지에서 한 곳, 워크캠프 때 두 곳을 다녀오고 조금 실망한터라 이걸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다. 그래도 이왕 찾아온거 한번 가보자.. 해서 갔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그리 만족할만한 곳들은 아니었다. 나에게 런던은 마켓보다도 고풍스런 건물 보는 재미가 더 큰 곳이었다. 대도시를 싫어했던 나이지만 워낙에 한적한 곳에만 살다보니 취향이 바꼈는지,, 아무래도 조용하게만 살기엔 난 아직 한참 젊은것 같다. 북적북적한 곳에 오니 넘치는 에너지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버스 2층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트라팔가 스퀘어, 내셔널 갤러리, 런던아이,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이름 모를 흥미로운 곳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굉장했다. '와우 와우 와우! 저게 바로 런던아이! 꺄할!' 런던아이와 빅벤을 볼때는 무지 무지 들떴다.

'자, 그럼 이제 타워 브릿지를 보러 가볼까나?' 버스타는 것도 재밌었다. 처음 오는 사람들도 쉽게 버스를 탈 수 있게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굳이 버스타는 법을 사전에 알아오지 않고도 금새 익힐 수가 있다. 걱정많은 나는 미리 알아왔지만.. 단 오이스터 카드에 관한 건 공부 좀 해야했다. 뭐가 그리 복잡하던지.. 그래도 하루에 4-5번 이상 타면 더이상 돈이 빠지지 않는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런던 브릿지에서 바라본 타워 브릿지



괜히 마켓간다고 했다가 시간만 버린거 아니야? 라는 걱정을 뒤로하며 런던 브릿지행 버스를 탔다. 런던이 익숙한 사람이야 빠른 지하철을 타겠지만 난 모든게 신기했으므로 버스만 타고 돌아다녔다. 워낙에 매일 매일이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곳이라 길이 많이 막히긴 했다.

창밖으로 자기 몸집만한 배낭을 매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자니 그 젊음이 느껴졌다. 배낭이란 녀석은 참 신기한 마력을 가진 것 같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살아지는게 아니라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녀석이다. 배낭을 매면 기분이 참 좋다.




런던 브릿지에서 타워 브릿지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중 (헤매지 않아도 그냥 걷기만 하면 끝, 게다가 그늘이다!)





버스, 지하철 외에 배를 타고도 템즈강을 가로지를 수 있다.


해가 따갑다. 런던 브릿지에서 타워 브릿지로 이어지는 길이 그늘이라 정말 반가웠다. 여기저기서 사진찍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럴 때는 혼자하는 여행이 불편하다. 내 사진을 잘 안찍는 나이지만 그래도 한장 남기고 싶었건만.. 아쉬운대로 엉성한 셀카에 만족했다. 하하하하하. 사람많은 곳에서 셀카찍는 뻔뻔함이란. 이거 굉장한 발전인걸?




누가 더 많이 도나 시합을 하고 있었다. 구경하면서 파도타기 한번 같이 해주심.


타워브릿지가 가까워지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사람들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춤을 추면서 머리로 혹은 다리로, 또 누군가는 발레를 하면서 돌았다. 두 다리로 아장아장 돌던 금발머리 꼬마녀석은 모든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사회자가 청중의 참여를 이끌고자 지원자를 받기도 하고 파도타기를 시키기도 했다. 타워브릿지를 바라보며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부리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행복했다. 난간에 기대어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파도타기 안한다고 뭐라뭐라 하길래 같이 손들고 파도타기를 휙~. 오랜만에 한번 해봤네.



좋은 카메라를 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던 순간. 악!







다리를 따라 쭉- 걸어와 반대편으로 내려와서 본 모습


여기가 바로 그곳이로구나! 타워브릿지를 바라보며 노천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타워 브릿지로 올라갔다. 저기 보이는 두개의 기둥에도 올라갈 수 있는건지 표를 사는 곳도 있었다. 다리를 건너 반대쪽으로 내려왔다. 템즈 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을 쭉 따라 내려왔다. 벤치에 앉아 타워브릿지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길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세인트 폴 대성당.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매주 일요일 늦은 오후에 미사가 있는데,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기에 한번 가보기로 결정! 게다가 오늘이 바로 그 일요일!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콰이어가 듣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지만 콰이어는 성스러움이 느껴져서 참 좋다. 코크에서 듣던 것과는 또 새로운 기분이겠지?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