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이 다이어리가 밀리고 있다. 몇장은 그냥 빈칸으로 남겨뒀더니 마치 그 날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억속에서 사라진 날들. 되새길 수 없을 만큼 해졌을 땐 어떻게 기억하지?


2.
용기가 없어 몇년 동안 마음에만 품어왔던 캠프힐. 지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곳에서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 들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2% 부족한 확신,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돌아가고 싶기도 한 마음, 그리고 귀찮음.

4학년 1학기때 느꼈던 지겨움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4학년이라고, 하고 싶은거 최대한 많이 해보겠다고 야학, 월드비전 후원아동 편지 번역, 도서관 알바를 동시에 했었다. 몇개월 후- '이건 정말 못해먹겠다!'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려치고 싶은 걸 꾹 참고선 1학기가 끝남과 동시에 저 멀리 날려보냈었지. 물릴대로 물려서 2학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졸업 후 3월, 아일랜드로 날아왔다. 자원봉사하러.. -_-)

그때 느꼈던 '지겨워서 못하겠네. 당분간 휴식!'이 내 머릿속을 꿀렁꿀렁 채우고 있다. + 6년 동안 이 일을 해왔던 이슈트반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3.
Long weekend off다. 난 이게 없어지면 슬프면서도 기쁠 것 같다. 이때 뭐하지? 하는 고민이 내가 받는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이니까. 하하하. 여행은 한번에 몰아서 가는 걸 좋아하는터라, 굳이 떠나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이 시간. 난 그래서 주말휴일이 싫다. 없어지면 속 좀 시원하겠네.



4.
영국 일기 올리느라 몰아쓰는 내 카메라 속 이야기.



① 브리짓이 미국으로 떠났기에 얼마전부터 내가 그녀의 을 쓰고 있다. 내 방은 원래 손님방이라.. 지역 코디네이터인 앤 설리반이 코크에 방문을 해서 내 방을 쓸 예정이라기에 순식간에 짐 옮기느라 진땀 좀 뺐다. 2층으로 옮겼더니 1층과는 비교도 안되게 조용하다. 하아.. 살 것 같다. 

② 지난 월요일, 팀미팅 때 저 멀리서 우릴 지켜보던 노랭이 냐옹마마.




① 어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몇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내방 창문에서 내려다본 뒷뜰. 비가 힘차게 내리고 있다.
② 어찌됐건간에 튼튼하게 잘 살아있습니다.



① 10분 후 가 짱짱 비쳤다. -_-
② 검은 고양이도 방문해주심. 우리집을 찾는 3마리의 고양이 중 한마리이다.




초 가지고 불장난하면 이렇게 됩니다.




 
오늘


왼쪽엔 커-다란 Wilton Lwan이 있다. 광활한 잔디밭. 비오면 숨을 데가 없다.




코크 시내를 찍은 사진은 없는 것 같아 떠나기 전에 찍어오려고 길을 나섰다. 별로 내키지 않더니만 결국 Lough을 지나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오리들이 잔디밭 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물가로 돌아가고 있는 오리 한마리. 물 위에 있는 저 두마리도 바들바들 떨면서 물가로 뛰어내렸었다. 한번에 폴짝-이 아니라 '아구구구구구구-' 하다가 점프! 보면서 혼자 실실 웃었다. 반대로 올라올 때는 수면 위로 올라와있는 돌 위로 뒤뚱뒤뚱 올라와서는 날개를 파닥이며 길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파랗던 하늘에 먹구름이 꼈다. 바람이 굉장히 세면서도 찼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수많은 사람들, 아기 손 잡고 나온 아빠들 혹은 엄마들, 식빵 부스러기를 따라 쫒아다니던 백조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오늘의 일기 끝.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