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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부터 성우리조트에서 스키캠프가 열렸다. 난 캠프 인솔자 중 한명으로 잠깐 있었는데 모두 졸업여행 온 고등학생이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생각과 현실은 항상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다. 활동적인 체육교육에 대해 경험하고 싶었는데 여긴 그쪽 분야가 아니었던 거지.ㆀ




곤돌라대신 리프트 타고 내려왔다고 다같이 무쟈게 욕 먹었다. 쌓인 게 폭발한 한명은 그만두는 사태까지..


 
교육팀 소속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건 참 많았다. 그곳의 운영방식이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인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당시 알바생은 약 20명이었는데 캠프오는 학생들은 몇백명이다. 거기다 한번에 한 학교씩 들어오는 게 아니라 많을 때는 천명가까이 됐다.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일이 시작되서 강당, 식당 등 이동 안내 및 인솔, 스키장비 대여, 반납, 질서유지, 불침번, 통제, 공지전달 등 스키타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을 우리가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아침 7시, 월요일은 아침 9시 출근에 퇴근은 밤 12시쯤이다. 금요일은 모든 학교가 귀가하는터라 오후 3시쯤 끝난다. 보통 하루에 15 -17시간 일하는데 이론상으로는 6시간의 휴식시간이 있지만 실제로는 많이 쉬면 3-4시간쯤? 직원분 말로는 일이 손에 익으면 다 쉴 수 있다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좀비가 되가는 알바생들은 어떡하라고...







방에 있는 아이들을 불러내거나 점오를 할 때면 전쟁터가 따로 없다. 각 층마다 가서 소리 소리 지르며 언제까지 나와라, 준비 다 됐냐, 너네는 왜 안 나오냐, 아침 먹게 얼른 일어나라, 누가 떠들랬냐... 이런 말 하는 나도 싫지만 아이들은 더 짜증이다. 애들한테 욕 먹은 알바도 몇 됐다. 껄껄-. 엘리베이터 사용금지라 아이들이 13-15층에서 스키부츠신고 로봇마냥 걸어 내려오는걸 볼때면 이보다 더 측은할 수 없었다. 내가 다 미안할 정도로.
 
그에 반해 가장 신나는 시간은 바로 레크레이션 시간! 아이들이 팀을 꾸려 춤과 노래를 준비해오는데 와아- 춤 진짜 잘 추더라. 남여공학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출 때 그 환호성이 정말 대단했다. 으히히. 그리고 그날 밤 이어지는 술파티-_- 나한테 찰싹 붙어서 사달라던 녀석도 있었다. 완전 찐드기가 따로 없었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보니까 담임선생님이 와서 술 사주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다. 그러다 불침번서는 애한테 걸리면 다 뺏기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가는 아이들과 인사도 하고, 남자애들의 장난, 농담도 귀엽게 받으면서 재미있게 지냈던 것 같다. 

! 어느 날은 애들이 2PM을 봤다길래 거짓말인줄 알고 그냥 넘겼는데 진짜로 밖에 촬영차도 있고 저기 저- 위에 촬영팀도 보이는 것이었다! 갹! 나도 눈 앞에서 보고 싶었는데!! 실루엣조차 못봤다. 요즘 티비에 썰매타면서 나오는 맥주CF인 것 같드만. 난 그때 14층에 없었는가!





스키강습 받는 대신고(!) 아가들


웃음나는 순간이 있는 반면 '이걸 계속 해? 말어?' 하는 순간도 많았다. 하나하나 열거할 순 없지만 많은 알바생들이 리조트 측의 캠프 운영방식이나 알바생 관리방식에 대해 말이 많았다. 달리하면 더 편할 것 같은 것도 많았는데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리고 오만가지 짜증을 냈지. 별일 아닌 것에 화내고 정색하고 욕도 하고.. 그리고 이어지는 이해해달라는 말. 예민한건 알지만 신경이 곤두설 때 모든 사람이 그리하진 않으니까.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어도 팀의 분위기며 개개인의 기분은 쌩-해 진다.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참 많은 일이었다.

그동안 자원봉사를 주로 해서 대부분 친절한 사람들이었던지라 이번 경험으로 약간의 혼란과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알바생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와 위치 뭐.. 그런거랄까. 알바는 몇번 안해봤지만 돈 번다는 생각으로 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목적이 됐던 거 같다. 처음 기대했던 게 사라지니 남는 건 돈 뿐. 캠프 자원봉사 15-18시간씩 한달넘게 했어도 별 생각 없이 따지지 않고 했는데, 돈 번다는 생각으로 하니까 근무시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일당, 지켜지지 않는 휴식시간 등 이것저것 재고 불평하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알바비도 힘들게 받아서 그런지 이미지가 안좋게 박혀버렸다. 역시 자원봉사가 제일 편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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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해도 해도 왜 이렇게 지저분한지, 방을 갈아 엎었다. 아깝다고 기념이라고 모아놓았던 것들을 죄다 처분해 버렸다. 보니까 중학교 교생선생님이 주신 쪽지도 있고, 중학교 배정표도 있고, 수능 수험표에 성적표까지.. 죄다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속 시원하다. 이제 남은 것은 안읽는 책들! 알라딘 헌책방은 너무 조용해서 요즘 대세(!)인 인터파크 헌책방까지 손을 뻗었다. 벌써 10권이나 팔고 29권만 나가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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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은 기분좋아

 



영어공부 시작한지 2주쯤 됐다. 항상 계획만 이따만큼 세워놓고 벅차서 손놓기를 수십번. 이번엔 그냥 간단하게 가기로 했다. 일단 교재 1권이랑 단어사전, 의문문으로 시작했다. 4년 반전에 쌔가 빠지게 외웠던 교재라 그런지 스스로 놀랄 정도로 잘 외워진다. 20일 안에 1번 외우고 다음 20일안으로 3번까지 돌리고서 튜닝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며칠 전엔 보던 단어책이 팔렸길래 이때가 싶어 새 부교재인 OPD를 주문했다. 최근에 나온데다 Word by Word보다 2배로 두껍지만 그림이 더 많고 사실적이다. 단어사이 간격도 넓직해서 부담스럽지 않고 쓸데없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 좋다. 한국말로도 모르는 단어는 살짝만 알아두기만 하고 넘어가야겠다. English for everyday activities만 구하면 되는데 요놈이 절판된지라.. 어디 중고로 파실 분 없나~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