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 6점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박영희 외 지음 / 김윤섭 사진/ 우리교육 / 2006년 3월
읽은 날: 2008. 4. 10 ~ 200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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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씻는 그릇이 쌀을 씻지 않는다. 쌀과 쌀이 서로 부딪치면서 씻긴다."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여성, 도시의 노인, 미성년 비혼모, 탈학교 청소년, 농촌 청소년 등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수자들의 이야기 모음이다. 한가지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문제들에 대해 깊히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기에는 충분하다.  

요즘 내가 유별나게 감수성이 예민해진건지 다른이들의 상황과 처지가- 좋든 좋지 않든- 내 마음속에 더 깊이 와 닿는다. 도서관에서 두리번 두리번 책을 찾는 신입생 혹은 만학도. 괜스레 나오는 웃음. 시험시간, 답안지를 내며 나오다 느껴지는 쩔쩔매는 이의 마음. 학교 주변에서 사고가 났는데 상태가 많이 안좋다는, 목격자를 찾는 이들의 절실함.

안쓰러움, 따뜻함, 포근함, 쓸쓸함.. 예전에는 우리네 이웃들을 머리로만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마음이 제일 먼저 움직인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향한 마음이 가장 맨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난 사람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내 속에 바르고 두껍게 깔려 있기를 바랐다. 관심은 가는데 진실로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요즘엔 그들을 마음으로 느낀다. 이제라도 움직이기 시작한 내 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마음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마음은 그저 바탕일 뿐 그 위에 덧칠해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겉모습은 화려하게 변했을지라도 그 속 구석구석까지 햇빛이 비쳐지지는 못했다. 이젠 우리도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 됐고, 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으며, 생활은 얼마만큼 편리해 졌다고 우렁차게 떠들어대지만 그 안엔 곪아터진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충돌과 갈등은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기 위해 당연히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다. 문제점들을 수면위로 몇번이고 끌어 올려서 다같이 토론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우리 힘으로 해야하는 부분이다. 너무 복잡하다고,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라고 떠나보내기엔 그들의 답답하고 절실한 마음이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