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부터 낮 1시까지 워크샵 강당에서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CPI 훈련(Crisis Prevention Intervention )이 있었다. 이 곳은 정신적 장애(혹은 신체적)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이 화가 나거나 정신상태가 불안해질 때를 대비한 해결책을 익히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과 다음 주 화요일 2번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이론적인 부분과 대처방안 및 자기방어 등의 실습까지 포함되는 훈련이다. 시험을 쳐서 수료증을 준다고 하는데 모르는 단어가 어찌나 많던지.. 

총 10명이 모였는데 워크북에 필기도 하면서 몇번은 직접 체험을 해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상대방에게 다가갔을 때 얼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 있어야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는지, Core-members(정신적 결함을 가진 이들)가 화를 냈을 때, 어떠한 행동을 하면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질렀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익혔다. 우리가 직접 Core-member가 되서 상대방에게 소리도 질러보고, 발을 구르기도 하고,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줄로 마주보고 서서 상대방이 `그만!`이라고 외칠 때까지 다가가는 실습도 해봤다. 안 그래도 어색한 사이인데 하필이면 나만 상대가 이성이라 더욱! 어색했다. "어이,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굿." 그 다음부턴 여자 파트너를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크크크.

- 잠깐, 독일에서는 바지 내려입는 게 유행인가? 금발 곱슬머리의 프랑스 애는 안그렇던데, 독일에서 온 두 남정네는 왜 그렇게 바지를 내려입던지, 볼 때마다 치켜올려주고 싶다! -


워크북을 뒤져보니 다음주에는 상대방에게 멱살, 머리, 손목 등을 잡혔을 때 어떻게 빠져나오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역할극도 하던데 진-짜 진짜 진짜 부담스럽다. 난 역할극이 정말 싫다구! 까아아아아아악!

- 다시 잠깐, 여기 사람들은 얼굴이 자주 빨개진다. 고딩 친구들 덕분에 홍조증이 생긴 나로썬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여기는 누구나 다 빨개진다! 크크크크크. -

3시간 동안 꼬부랑글씨와 씨름하다보니 점심밖에 안됐는데도 졸립고 피곤했다.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 우리집 식구들이 기분에 따라 어떠어떠한 행동을 보이고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식탁에 주스가 올라오는 게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동안 산책을 가려다 시간이 어정쩡해 집 근처에서 벤치를 찾아 돌아다녔는데 암만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그리곤 누워버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거실에 가보니 슈샤와 알무트가 냉장고 청소를 하고 있길래 설거지를 도왔다. "냉장고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군."

슈샤가 만들어준 레자냐...? 뭐더라, 이름 까먹었다. 어쨌든 굉장히 행복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었다. 헝가리에서 온 슈샤는 오래 살아서 그런지 뭐든지 척척이다. 아! 오늘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슈샤가 벌써 서른이란다! 내 또래로 봤는데 깜짝 놀랐음.





내일은 나의 두번째 Day off! 아직 아무런 계획은 없다. 여기에서 약 30분 거리에 Cobh라는 곳이 있다던데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 타이타닉호가 마지막으로 출항을 했다는 곳이라던데,, 언제 가보지? 신문보니까 내일은 (지겨운!) 비가 온다든데..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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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