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요일

리나가 휴가에서 돌아오는 날. 알무트는 주말 휴가 중. 따라서 안쿤에 남아있는 봉사자는 나 단 한명. 오늘 저녁까지는 내가 이 집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놓여졌다. 그리하여 아침부터 도니의 목욕을 돕고, 크림을 발라주고는 아침를 차린 뒤(그래봤자 요거트),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준비해주고, 그간 밀린 도니의 빨래를 했다.

옷이 어찌나 많은지 세탁기를 자그만치 3번이나 돌렸다. 그리고 3번을 널었다. 널려있는 빨래를 걷어서 정리하고, 도니가 12시에 있을 매스를 간다기에 콜택시를 불러줬다. (아직도 전화를 받거나 걸때는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더군. 음히히.

도니가 가고 난 뒤에는 부엌과 식당을 청소기로 한바탕 해치웠다. 저녁 때는 안크리에서 브리짓이 와줘서 함께 저녁을 만들었다. 아일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내 주도하에 하는 저녁 준비였기 때문에 어벙벙벙하게 쉬운 걸로 만들었다. 휴우.. 브리짓의 화이트 소스가 있어서 다행이었음. ㅎㅎ


25일, 토요일

요즘따라 주말이 기다려진다.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니지만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서 그게 그거다. 2시쯤 됐을까, 리나, 헬렌과 함께 로미나의 차를 타고 산책을 하러 갔다. 노라와 안젤락 레지던츠 3명이 함께 했다. 베리, 비다, 마이크. 모두 8명이 승합차에 꽉꽉 자리를 채우곤 Ballincollig로 향했다. 부활절 휴가때 Val, 비다, 로미나와 함께 점심을 했던 The Plaza란 레스토랑이었다.

요즘 초콜렛을 과다복용 하는 것 같아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레몬 케익과 라임&소다를 주문했다. 이번 주문은 조금 실패. 맛이 약간 씁쓸했다. 배가 어찌나 부른지 라임소다는 몇 모금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 다음 목적지! Blarney! 코크에 오는 사람들이 많이 가보는 블라니 성이 있는 곳이다. 시티센터에 있는 줄 알았는데 코크 시티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장료가 있어서 멀리서만 봤지만 성 꼭대기에 있는 돌에 키스를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하여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한다. (맞나?)

그 곳에 있는 쇼핑센터는 온통 초록이었다. 아일랜드의 기념품을 많이 팔아서 그런 듯 했다. 울 제품을 주로 파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따뜻하고 포근해보이는 의류가 굉장히 많았다. 특히 모자와 머플러가 참 예뻤다.

+오늘 본 영화: In America, 아이를 잃고 미국으로 건너온 가족의 이야기.


26일, 일요일

아침 일찍 한국에 전화를 넣었다. 오랜만에 엄마랑 아빠, 동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야옹이 목소리도 듣고 싶었건만 마실이라도 나갔는지... 내 또 전화하리다!

저녁엔 나일과 함께 클래식 콘서트에 갔다. 왠지 야외에서 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장소는 시티센터에 위치한 성당이었다. '성당에서 콘서트를 한단 말이야!?'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리나에게 물어보니 여기선 흔한 일이란다. 매주 일요일마다 콘서트를 연다고.. 안크리에 있는 브리짓이 교회의 성가대(Choir)에서 활동을 한다기에 호기심에 한번 따라가봤다.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치뤄진 자그만 콘서트였는데, 성가대와 소프라노 한 분, 첼로, 실로폰, 하프, 플룻 등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약 10곡의 무대를 뽐냈다. 

조금 늦게 갔는지 이미 자리가 빼곡해서는 연단 바로 뒤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 키의 2배는 넘는 바람에 무대를 모두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맨 앞자리라서 2시간 동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봐서 나오는 길에 한참동안 목을 주물러야 했다. 시간이 괜찮으면 Pub에도 들리려 했는데 9시가 넘은 관계로 패쓰-

밤 10-12시. 피곤하다면서 리나와 알무트가 보고있던 'Into the wild'영화를 봤다. 알렉스, 명문대를 졸업하자마자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기부한 뒤 알래스카를 향해 길을 떠난다. 길에서 차를 얻어타고, 일자리를 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알래스카의 어느 숲 한가운데에 놓여진 낡은 버스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는데, 사냥할 동물조차 없어 굶주림으로 힘들어하던 어느 날 독이 든 풀을 잘못 먹고는 그만 숨을 거두게 된다. 실화라고 하는데 죽어가면서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Happiness is only real when shared.'


27일, 월요일

리나와 알무트가 은행에 있는 동안 테스코에서 혼자 장을 봤다. 내 손에 쥐어진 지갑에 어리둥절하며 리나가 일러준대로 간단하게 몇가지를 샀다. 24해 먹도록 혼자 본 적이 없었건만... -_-

12시 쯤엔 도커스에서 팀 회의를 가졌다. 월요일 아침마다 갖는 미팅인데 그닥 가고싶은 미팅은 아니다. 조용한 음악과 기독교적인 글 한편, 지난 한주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나를 비롯해 3명이 주말휴가를 가졌었고, 나머지 3명은 휴가를 가졌었기에 모두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일주일 전엔가 도커스의 리더인 안드레아가 긴 휴가에서 돌아왔기에 그녀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루마니아에서 왔다는 그녀는 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오늘 알게된 점 하나. 리나와 알무트가 마리줄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가끔 너무 까칠해진다나.. 둘이서 그녀의 유쾌하지 않은 태도에 대해 신나게 얘기하는 걸 들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엔 해가 짱짱하더니 이젠 비가 내린다. 그리고 저녁엔 다시 해가났다. 

내일은 굉장히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아침 9시 반에 워크샵에서 1년차 봉사자들의 나눔의 자리가 있고, 간질에 대한 훈련이 있다. 게다가 저녁 8시엔 우리집에서 기도가 있다. 이 곳은 전반적으로 좋긴 한데 다들 너무 떨어져 있어서 왕래가 활발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친한 사람들끼린 종종 만나겠지만서도.. 하지만 또 만나려고 하면 움직이기 귀찮아진다는 거..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