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무렵 보슬비가 내리면서 창밖으로 무지개가 연하게 졌다. 오늘 또한번의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들었다. 현재 안크리의 봉사자들이 대부분 잠시 다른 곳에 가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손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나보고 이번 주 금요일에 집을 옮겨줄 수 있냐고 물었다.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난 당장 내일 이사를 가야할 판이다. 정말 갑작스럽다. 가끔은 '당장 오늘 저녁에 집을 옮겨줄 수 있어요?'라고 요구하는 곳이 라르쉬라고 하니 뭐..
라르쉬 더블린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라르쉬 코크의 생활을 영상으로 찍기위해 내일 코크로 온단다. 내일은 안크리, 토요일은 워크샵, 일요일은 안젤락의 하루를 카메라로 담는다고 했다. 내일은 내가 쉬는 날이니 카메라에 찍힐 일은 없게 해야겠다. 으윽. 토요일엔 안크리에서 크게 바베큐 파티가 있을 예정이기에 안쿤 식구들도 모두 모일테니 갑작스런 이사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는 리나. 새로운 집과 사람들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자기를 찾아와도 된다고도 전했다.
어제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안크리에서 Music evening이 있었다. 그저께 있었던 안크리의 기도에서 약간의 언짢음을 날려버리고자 참석했는데 가길 정말 잘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 환호성, 방 안을 가득 울리던 기타와 벤조(둥그런 모양의 기타와 비슷한), 북, 수저 부딪히는 소리.. 벽난로 속의 은근하게 피어오르던 불꽃을 바라보며 그 모든 소리들을 듣고 있으려니, 마치 타닥타닥 모닥불을 피우곤 해변가에 둘러앉아 누군가의 기타연주를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이 참 따듯하고 포근했다.
나일의 요상한 엉덩이 춤과 -연주가 아닌- 기타 튕기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10시쯤 길을 나섰다. 폴린이 작별인사를 해주면서 나를 꼬옥 안아주곤 볼에 뽀뽀도 해줬다. 그녀의 'Sweetheart'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선 온통 말,말,말 밖에 없었다. 차안에 있던 음악 CD는 시끄러움 그 자체였다. '다음 곡, 다음, 다음, 다음..!!' 몸을 뱅뱅 꼬는 듯한 음악소리에 나일이 신나서 방방뛰고, 우리는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이제부턴 쉿,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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