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친근함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항상 나와 함께하길.

-여름휴가로 프랑스 혹은 영국 워크캠프를 생각하고 있다.
운 좋게도 노숙자 관련 단체에서 제공하는 캠프를 찾아냈다지.
위의 그림은 그 중 한 홈페이지에서 따왔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말이지 싶어서.-




어제 캐티와 미팅을 가졌다. 내 휴가를 비롯해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뜻밖의 소식을 듣는 바람에 물어보지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 안쿤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라르쉬에서의 생활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한국이 그립지는 않은지, 킬라니는 어땠는지, 어려운 점은 뭐고 쉬운 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온통 어려운 질문 뿐이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버렸다.

그리곤 꺼낸 얘기가 바로 을 옮기는 것이었다. 더 큰 집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어왔다. 그리곤 라르쉬 코크의 가장 큰 집인 안크리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냈다. 더 많은 사람들(약 11명)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말 할 기회도 더 많고, 혼자 있는 시간도 적으며, 더 활동적이고 항상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안쿤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거라 했다.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레지던츠와 어시스던츠들을 알아갈 수도 있고.

부활절 휴가 때 안젤라로부터 새로운 어시스던트에 대해 들었었다. 40-50대의 여자분이 미국에서 올거라 했었다. 캐티가 말하길 그녀가 2주 뒤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나보다는 그녀가 도니, 헬렌을 돕는게 더 쉬울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내가 도니, 헬렌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었기에...) 이미 리나와 이슈트반(안크리 리더)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이 말은 즉 내 의사가 어찌됐건 난 집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미 커뮤니티 측에서 결정된 사항인 듯 했다. 그녀는 큰 집에서의 많은 이점을 설명하며 설득에 가깝게 설명했고 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내가 싫다고 하면 옮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크게 거부감도 없었고 캐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조금 혼란스럽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게 항상 좋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가는 길을 익히는 것부터, 사람들과 서로를 소개하고, 새로운 집과 규칙에 적응하는 것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말이다. 집을 옮기는 것이 내가 이곳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막상 안쿤을 떠나야 한다니 좀 섭섭하다. 꽤 적응했는데..

매일 수차례 먹던 요거트와 초콜릿, 비스켓을 거기서도 먹을 수 있을까. 인터넷은 자주 못할 것 같은데 이것 참.. 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허허허.


+ 집은 14일 혹은 15일에 옮길 예정입니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