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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일, 일요일.
엄마랑 쿤이랑 터미널까지 배웅을 해줬다. 흐귝.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이 부러운건 뭐람.
뉴질랜드 가기도 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만큼 아무것도, 아무도, 아무곳도 알지 못함에 눈앞이 캄캄했다.
이 나이먹고 뭐하는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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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세이의 기내식은 듣던대로 맛이 없었다.
홍콩에 다다랐을 때 창밖의 풍경은 멋졌다. 공항에서의 노을도.
공항에서 와이파이 잡아서 신나게 인터넷하다가 밤 9시쯤 오클행 비행기를 탔다.
내 옆 복도자리에 앉은 사람은 정말 행운아였다.
4자리를 혼자 쓰는 덕분에 밥도 안먹고 죙일 누워서 잠만 자더라.
기내에선 항상 사육된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번엔 그닥.
역시 밤 비행기는 시간이 후딱간다.


 
홍콩공항, 노을이 져서 멋졌음! 


입국심사는 허무하리만큼 빨리 끝났다.
처음왔냐, 혼자왔냐, 무슨 비자냐? 끝.
30분을 기다려서 받은 통장잔액증명서는 휴지조각으로 전락.
시티로 들어가는 에어버스는 16달러,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오클랜드의 첫인상은 약간 세련된 방콕이었다.
숙소는 X.Base를 이용했는데 탁월한 위치와 조용한 것 빼곤 그럭저럭.
에어버스에서 내리자마자 2분이면 간다.
언덕이 춘천의 20배는 더 많은 시티센터에서 평지에 묵지 않으면 매일이 피곤할 듯.
숙소가 그리 좋진 않아 한번 옮겨볼까 했지만 낑낑대고 짐을 끌고 올라갈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오자마자 숙소카드 사용법이나 방위치를 잘 못알아들어 땀 좀 흘렸지.
엘레베이터 타고 방에 가야하는 큰 규모의 백팩은 처음이다.


 

7층 여성전용 4인실이 하루 29달러. 낮은 베개, 푹꺼진 매트리스, 샤워실은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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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들어온 계좌가 아직 열리지 않아 다음날에나 열었다.
이틀째되서야 폰도 만들었건만 3G가 안잡혀서 여전히 골머리를 썩고 있는 중이다.
은행 인터넷뱅킹을 신청한 후 전화를 걸어서 임시비번을 받아야 하는데 것도 꽤나 고생혔다.
ASB 한국인 지점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사는 대충 한끼에 만원 - 만오천원.
하루 두끼 + 숙소 = 약 5-6만원이 들다보니 여간 조바심이 나는게 아니다.
원래는 1-2달 정도 오클 주변을 돌려고 했는데 계획이 좀 틀어지는 바람에 패닉.
그렇다고 바로 오클랜드에 정착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클랜드는 내가 생각한 뉴질랜드는 아니었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 본의 아니게 도서관 죽순이 놀이.



I-site에서 지도를 얻었지만 들여다봐도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
숙소 5분 거리의 도서관을 못찾아 2-3시간을 헤맨 것 같다. 
때때로 일부러 모르는 길을 걷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내 까막눈을 한탄할뿐.
그래도 길을 잃으면 그곳의 새로운 곳을 돌아다닐 수 있어 좋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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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에 있는 4일동안 인터넷만 들여다 본 것 같다.
언제 떠날지 몰라 하루씩 방을 연장했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어느곳 하나 마음편히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오클랜드 사진도 거의 없다.
당장 떠날 곳을 찾기란 꽤 어려웠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다 찼다는 대답뿐.
아직 이력서도 안썼는데.. ㅋㅋ 난 도대체 뭘 준비한거냐!!
몇년 전에 써놓은 이력서를 몇시간 동안 손봐서 얼렁뚱땅 완성해놓았다. 다행이다-_-
3일째 되는 날, 코로만델 BBH 호스텔에서 스텝을 찾는다길래 바로 지원해서
확답을 받은 다음날 아침 바로 짐을 꾸려 코로만델로 향했다.
이곳을 떠나는 마음에 홀가분했다.

오클랜드, 
나중에 출국할 때 또 올텐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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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