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로 보이는 사진은 삭제버튼 하나로 눈깜짝할새에 잃어버릴 수 있기에 불안하다. 사진은 두고두고 보려고 찍어두는 것이건만 그런 사진을 스크린으로만 보는건 무언가 찜찜하다. 모든 홈페이지와 폴더를 지워버리기라도 한다면..?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의 만남으로 요즘에는 사진을 인화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인터넷에 친숙한 동생과 나는 사진을 찍고 올리는게 익숙했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 엄마, 아빠는 그동안 내가 찍어둔 사진을 거의 보지 못하셨다. 언제 한번 인화해야지 하면서 미뤄왔었는데 오늘에서야 사진을 뽑았다. 하지만 원본사진을 남겨두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게도 인화할 수는 없는 사진이 많았다.

사진을 뽑으려고 컴퓨터를 뒤져보다 지난 여름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던 물꼬의 사진을 보았다. 크기가 조금 작아서 화질이 별로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다른 사진이 없어서 그냥 신청해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지산의 푸르름이 참 환상적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분이 계신걸로 봐서 마지막 여름계자인가보다. 대구방송인가 하는 곳에서 1주일동안 계자의 모습을 촬영해 가셨더랬지. 카메라가 다가올수록 급속히 굳어지는 얼굴근육이란. 하하하.. 내 모습은 어떻게 나왔을지, 계자의 모습은 어떻게 비쳐졌을지 궁금했지만 방송을 본다본다 말만하고 끝내는 보지 못했다.

마지막 계자에선 IYC로 오신분들과 함께였는데 그때 난 2번째로 산에 오르는 것이지만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올랐을때가 정말 좋았는데.. 아이들을 떠올려보니 얼굴은 희미하게나마 기억나는데 이름은 생각이 하나도 안난다. 계자 내내 붙어다니던 ... 저~기 사진에 보이는 녀석의 이름까지도.

물꼬의 아이들, 공기, 잠자리, 봉숭아, 계곡,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손목에 둘러져있는 파란 매듭과 민주지산의 숨막힐 듯 아름다웠던 전나무 숲, 차가운 물, 떨어지던 빗방울과 정상의 황홀함, 새벽같이 일어나 만들었던 김밥.


내 생에 처음으로 '행복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던 2주간의 추억. 다시금 그렇게 자연속에서 행복하게 살게될 날이 있을 것이다. 행복함이 마음속에 가득 차오르던 그 날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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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