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식물을 가꾸는 즐거움 - 6점
카렐 차페크 지음 / 요제프 차페크 그림 / 다른세상 / 2005년 6월
읽은 날: 2008.7.26 ~ 2008.8.15



*

우리는 자연이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은 미친 듯이 앞을 향해 떠밀며 나아가고 있다. 자연은 단지 가게 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내부에서, 자연은 이미 새로운 상품을 풀고는 선반이 축 처질 정도로 가득 채우고 있는 중이다.

친구여, 이것이 진정한 봄이다. 지금 행해지지 않는 것은 4월이 되어도 행해지지 않는다. 미래는 우리 앞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발아의 형태로 여기에 있다. 미래는 이미 우리 내부에 있다. 지금 우리 내부에 없는 것은 미래에도 역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새싹이 땅 밑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미래가 우리 내부에 있기 때문에 미래를 알지 못한다.

때때로 시들고 메마른 과거의 흔적들 때문에 우리 몸에서 쇠락의 악취가 풍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오늘'이라고 부르는 이 '오래 전에 만들어진 흙' 속에서 굵고 하얀 새싹들이 자라나 길을 만들며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씨앗들이 은밀하게 싹을 틔우고 있으며, 오래된 묘목들이 스스로 기운을 차리고 언젠가 꽃 피는 생명으로 솟아 나올 새싹을 틔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래의 은밀한 분주함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지난날에 대한 향수나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은 되잖은 헛소리라고,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즉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것이다.

-정원사의 11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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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