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리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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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토시하루/ 달과소 / 2005년 7월
읽은 날: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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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쯤에서 MSF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참가 이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메리와 같이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고 방량벽이 있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도로시와 같이 국제자원봉사의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사람. 나와 같이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며 참가하는 사람 등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중략) 어느 이유도 정당하며,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훌륭한 이유도 저속한 이유도 없다. 인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존재로, 그것이 '사람들을 돕는 것'이든 '자기가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든 어느쪽도 자기만족이라면 자기만족인 것이다.

(중략) MSF 전체를 보면, 단순히 여행을 좋아한다든가, 약간의 좋은 일을 해 보고 싶다든가 하는 '가벼운' 이유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훨신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은 현대 문명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나, 이상은 정열에 불타고 있지만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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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길을 선택하려는가에 대한 내 대답은 무엇일까? 복잡 미묘하다.

하나, 나는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다.
둘, 나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
셋, 현실에 찰싹 붙어 지지고 볶는 삶이 싫다. 인생 한번이다.
넷, 남들이 정석이라 부르는 인생을 살기엔 내 정신 상태가 너무 메롱이다.
다섯, 하기 싫은 일은 절대 못하는 성격이다.
여섯, 변화를 좋아한다.
일곱, 얽매이는 게 정말 싫다.
여덟, 원래 꿈만 장황한 놈이다.
아홉. 어쩌면 아직 조직의 쓴맛을 못봐서 그럴 수도 있다.


즉, 이상 추구. 
더 깊이 들어가 그런 일에 관심이 생긴 이유를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괜시리 마음이 가서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 시작이었단 것만 기억한다. 인류의 평화? 그런 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 깔려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를 위해 난 책을 읽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어느날 갑자기 유행처럼 나타난 '멋진 꿈'을 좇으려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어느 비영리단체에서 행동을 같이 한 적이 몇번 있다. 은근하면서도 강렬했던 인상과 충격.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하고, 투쟁을 외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아직도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거친 목소리 속 흘러나오는 민중가요의 멜로디가 흥겹고도 가슴 시려웠다.

이 경험을 보더라도 난 아직 그런(?) 사람은 아니다.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 동화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미지센터에 면접을 봤는데 내 자소서를 본 면접관이 그러더라. '고집이 꽤 있으신 것 같아요.' ... 한편으론 덜컹하면서 또 다른 편에선 괜찮았다. 아무 고집도 없어 보이는 것보단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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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