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무트. 그녀의 주말휴가가 시작되자 한번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집에서 좀 벗어나야겠어! 진짜로!' 내가 그 말을 깨닫기 시작했다. 리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여긴 비밀이란 게 없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거든.' 어딜 가나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요즘들어 정말 비밀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모든 봉사자들은 캐티와 회의를 갖고, 하우스 리더에 의해 행동이나 말을 보고 당한다. 그들끼리의 회의에서 각 집의 봉사자들에 대한 피드백이 오고가기 때문에 내 행동 하나 하나가 회의의 한 부분이 된다. 예전엔 잘 몰랐는데 얼마 전부터 나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놓을 순 없지만 어쨌든, 그래서 기분 상하는 부분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겐 말하진 않지만 나의 문제점, 어려움, 고민 등을 이미 알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요 며칠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 여러가지가 섞여서 정확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다. 어제 오늘 고민해본 결과 몇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레지던츠가 일하러 간 시간, 적막한 집이 날 우울하게 만든다. 둘째, 한창 에너지가 넘칠 오후 시간에 쉬는 시간을 갖는다. 허나 난 무얼 해야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이것 역시 날 한숨짓게 한다. 셋, ''들과 한 집에서 사는 어려움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넷, 망할 놈의 영어.

오늘 낮, 마리아 커니에게 외국인 등록비 영수증을 주러 워크샵에 갔었다. (엄마가 부쳐준 돈을 돌려받게 됐다! 꺄하.) 노라를 만나 갑작스런 회의를 가졌다. 내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조언도 얻었다. 난 낮 시간에 할 일없이 있는게 싫다고 했지만, 그녀는 한창 날씨 좋을(?) 낮 시간을 즐길 수 없는게 싫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덕분에 기분이 좀 나아졌다.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우울함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오리엔테이션이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생각보다 하는 일이 없어서 싫었다. 하지만 어느새 잘 적응해서는 오히려 밖에 나가서 뭘 하는게 귀찮았다. 헌데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워크샵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레지던츠와 장난치고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를 해보고 나니, 다시 평온해진 일상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요 며칠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오늘 워크샵에서 쟌을 만났는데 나에게 워크샵에서 봉사를 하고 싶으면 하우스 리더에게 말해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흠. 뭔가 나에 대한 얘기를 알고 있는 느낌. =_= 그래도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점이기에 이슈트반에게 말해볼 참이다. 워크샵에 봉사자가 필요해보이지 않아서 고민 중이었는데 잘됐다. 한번 말이나 꺼내봐야지. 그리고 다시 힘내서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무언가'를 찾아봐야겠다. 어떤 취미를 가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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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