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아침마다 있는 팀 미팅에서는 항상 Sharing이 있어서, 지난 한 주간의 기분, 소식, 사건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는다. 내 차례에선 지난 주말동안 기분이 많이 안좋았던 점을 솔직하게 말했다. 잠시 쉬는 시간, 주방에 들러 물을 마시려는데 아니타가 다가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You need a hug.' 하면서 나를 꼬옥 안아줬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서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 끅끅 울어버렸다. 2번째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눈물을 보인 건.

+하우스 나이트: Night at the museum 2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유치하긴 하지만 재밌었음-


2.
화요일, 모든 하우스 봉사자들의 Sharing이 있었다. 월요일 아침 팀미팅, 저녁 하우스 나이트, 그리고 어제. 이틀동안 Sharing3번이나 가졌다. 쉐어링이 있는 날이면 항상 무얼 말할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머릿속이 분주하다. 게다가 3번이나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얘기가 최대한 겹치지 않게 분배해야 하는 수고까지 추가된다.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커뮤니티 직원들 사이에선 말이 오고가겠지만 봉사자들 사이에선 예전과 똑같을 뿐이다. '난 쉐어링이 싫어. 아무 얘기나 해도 상관없고, 말 그대로 그냥 기분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잖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아니타가 이렇게 말했던게 생각난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쉐어링 덕분에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위로의 포옹을 해줄 수는 있으니.

봉사자 쉐어링 때 난 마음을 여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했다. 예전엔 무엇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게 단순히 그 허물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와서 느낀 건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봉사자 지원서에 보면 '열린 마음'에 대한 질문이 많다. 누군가의 지시에 잘 따르는 편인가, 사람들을 향해, 카톨릭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려울게 뭐야?'하고 좋게 좋게 적었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서로 다른 개개인이 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 위해선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아침은 몇시에 먹고, 일은 몇시부터 몇시까지하고, 월요일엔 무얼하고, 주말엔 교회엘 가고, 각종 기도와 미팅, 쉐어링, 교육에 꼭 참여해야 하고 등등...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이 거슬릴 수 있다. 참고로 난 요즘 '아침 식사는 8시에 시작'에 점점 짜증이 나는 중이다. 큭큭큭. 


3.
오늘은 기분이 괜찮다. 아침에 다같이 청소를 하고 쉬는 시간엔 은행엘 다녀왔다. 가기 귀찮았지만 체크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돈이 날아간다기에 1주일만에서야 다녀왔다. 저번에 외국인 등록하면서 카드로 지불했던 150유로를 돌려받았다. (꺄오!) 오는 길엔 음악을 들으며 이글밸리- 워크샵을 거쳐서 한바퀴 돌고 돌아왔다. 좀 쉬려했더니 벌써 쉬는시간 쫑. 으익.

저녁엔 손님들이 있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한 분은 워크샵에서 일하는 분의 딸이라고 했다. 어떤 분이 10대 여자애들 3명과 함께 왔는데 우리나라 10대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나빠보이진 않지만 꾸밈이 조금 나이에 맞지 않다고 할까. 훕훕.

현재 시각 밤 9시 40분. 알무트와 나일이 와서는 바르셀로나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2대 0으로 이기고 있는 중. 간간히 화면에 비치는 박지성의 모습이 반가웠다. 


4.
여기와서 많이 먹는 것: 요거트, 과일, 식빵, 시리얼, 우유, 치즈♥, 샐러드, 감자, 요상한 소스, 파스타, 치킨, 냉동식품, 꿀 등등. 여기 사람들은 식사 때 먹는 양이 생각보다 적다. 거기에 밥 한공기만 추가되면 딱일 정도로. 근데도 배가 나오고 하체가 튼실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내가 점점 살 찌고 있다는 것. 벌써 3kg은 찐 것 같다. 조금 심각하다. 한국에서 빈둥거리면서 군것질을 해도 이렇게 빨리 살이 찐 것 같지는 않은데.. 여기 음식이 문제인 것 같다. 집에서보다 움직이는 건 더 많은데 말이지. 으악!



5.
'너를 불편하게 만드는 곳에 자신을 내놓아라. 그 것이 네가 성장하는 길이다' 미팅때 캐티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끔찍하게도 불편했던 것들이 하나둘 익숙해질 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겠지. 요 며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추스리느라 힘들었다. 이제 조금 괜찮아졌으니 새로운 자극을 줄 차례인 것 같다. 라르쉬 밖으로 눈을 조금만 돌려야겠다.

종교, 장애를 가진 사람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그 으로 들어가는 게 내가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