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다음주 목요일부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 오기 전부터 자원봉사를 하면서 쉬는 시간이나 휴일에 다른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었다. Children in hospital에 일단 메일을 보내놓고 옥스팜 아일랜드 홈페이지에 자원봉사자 등록을 해놓았었다. 메일은 아직까지 오지 않고 있고 옥스팜은 대기 봉사자가 많을 것 같아 금방 자리를 구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오늘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아니타에게서 건내받으니 왠 남자가 뭐라뭐라 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는거다! 안그래도 낮에 워크캠프 측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메일을 받아서 난 또 영국에서 전화가 온 줄 알고 딴소리하고 앉아있었다. -_- 큭큭. '옥섬, 옥섬' 그러는데 도대체 옥섬이 뭐냐고-! '샵!' 샵이라.. '아, 혹시 옥스팜 말하는 건가요?' 'Yes!!'

간신히 전화가 걸려오는 곳의 정체를 알아냈다. 옥스팜은 생각도 않고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설마 전화가 올줄은 꿈에도 몰랐지. 지원서 작성을 안했다면서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다기에 당장 오늘 낮에 약속을 잡았다. 사실 옥스팜은 최소 4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하루 쉬는시간이 3시간인 나로썬 불가능했다. 게다가 시티센터까지 걸어가려면 왕복 2시간은 잡아야하기 때문에 더더욱. 하지만 저녁 Off가 1주일에 한번씩 있기 때문에 일단 그걸 믿고 시도해보기로 했다.


내가 일할 곳의 사진 (출처 옥스팜 아일랜드)


저번주부터 날씨가 무진장 좋다못해 덥다. 아일랜드 오기 전에 캠프힐 봉사자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여긴 여름에도 선선해서 반팔은 1-2장만 가져오고 가을, 겨울 옷 위주로 준비하라고 했었다. 허나 그건 좀 아니다. 약 24도로 여름 날씨인데다 긴팔로는 꽤 덥기 때문에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가 딱이다. 따라서 아일랜드에 올 분들은 그냥 한국에서 입던 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옷을 챙겨오면 되겠다. 처음에 반팔 1장만 가져왔다가 나중에 소포를 받았는데 반팔을 넣어온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어쨌든, 땡볕속에서 1시간쯤 걸어 샵에 도착했다. 지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Insomnia(불면증)란 커피샵(공정무역 커피와 쿠키를 팔고 있었다)에 갔었는데, 그 바로 앞에 옥스팜 공정무역 가게가 있던걸 봤었기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가게는 작은 편이었지만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장식품, 악세서리 등을 팔고 있었다. 기욤이라는 프랑스 매니저와 함께 2층에 올라가 지원서를 작성하고 시간대를 정했다. 다행히 공석이 있어서 바로 채용. -_- 수요일이 가장 좋은데 안타깝게도 자리가 꽉차서 목요일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슈트반과 상의 후에 결정해야 하는 거였지만... 얼떨결에 에라이~

나중에 이슈트반과 얘기해보니 여름동안은 괜찮지만 9월 이후로는 목요일엔 저녁 Off를 가질 수 없단다. 목요일부턴 주말휴일이다 뭐다해서 봉사자가 별로 없기에 수요일을 원했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뭐. 일단 8월까진 목요일에 했다가 그때까지 다른 요일에 자리가 안나면 다른 채러티 샵을 알아볼 생각이다. 채러티 샵은 한번에 1-2명씩 돌아가며 가게를 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가 있다. 그래서 다른 봉사거리를 알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진 아무도 알 수 없는 거니까!

두근두근, 목요일이 기대된다.



+ 참, 시간대는 오후 1시 반- 6시까지다. 좀.. 빡세다. 가게문 닫고 정리하는 것까지 포함되서 30분 더 늘어난 듯. 집에 오자마자 바로 다시 일해야 할 판이다. 밥은 거실에서 레지던츠와 함께 있으면서 먹어야 할 듯. =_= '괜히 신청했나...' 이런 생각.. 들긴 했다.

+ 전화 목소리는 참 신기하다. 예전에 한국에서 캐티와 통화할 땐 이탈리아 억양처럼 들렸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전혀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 통화했었나 할 정도로. 오늘 통화한 기욤도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니 전화상에서 처럼 괴상한 억양은 아니었다. 왜 그럴까.. 단순히 입모양이나 제스처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 지원서는 정말 형식에 불과했다. 추천인 2명을 적는 란이 있었는데 친구는 원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친구 이름을 써도 된다고 그러는게 아니겠는가! 전화번호나 주소를 몰라서 캐티와 이슈트반의 이름만 적었는데도 상관없다면서... 바로 OK.

+ 아일랜드는 한국과 다르게 공정무역 제품을 굉장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 마켓은 물론이고 커피샵에서도 공정무역 제품을 언제나 구입할 수 있다. 커피뿐 아니라 코코아, 초콜릿, 케익, 잼, 바나나, 사과, 쿠키, 장식품, 머플러, 가방 등등 아주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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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