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쉬는 시간이 있어도 풀타임이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풀타임은 9시 - 6시가 아니다. 아침 8시- 밤 10시다. 공식적으로 하루 10시간 일하고, 3시간을 쉰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뭔가를 바쁘게 하는게 아니라 같이 밥 먹고, 청소하고, 밥 하고, 목욕시키고, 얘기하고, TV보고, 교회에 가거나 나들이를 가는 등의 일을 한다.

오늘(목)은 워크샵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첫날이었다. 목요일마다 양초 공예팀에서 오전동안만 일하기로 했는데 집보다 워크샵을 좋아하는 나로썬 잘된 일이다. 자원봉사라고 해서 큰 역할을 맡는 건 아니다. 이곳 레지던츠는 워크샵에서 일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일'이라고 하긴 힘들다. '일'은 대부분 워크샵 어시스턴츠나 리더가 하고 작고 사소한 부분을 레지던츠가 돕게 된다. 그리고 봉사자들은 레지던츠와 함께 일을 돕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일을 배운다기보단 같이 있다는게 더 맞겠다.


11시 티타임이 끝난 후에 리스닝 그룹이 있다기에 곧장 안크리로 돌아왔다. 리스닝 그룹은 커뮤니티 리더 데클란과 레지던츠 사이의 미팅과 같은 개념같았다. 사실 1시 반까지 옥스팜 샵에 가야했기에 안그래도 일찍 가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잘된 일이었다. 집에 들러 샌드위치를 먹고 코크 대학병원 앞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늦장 부리는 성격 덕분에 이미 늦었었다. 게다가 버스도 늦게 와서는 1시 반에야 겨우 탔다. 약속이 1시 반인데..

덕분에 세인트 패트릭 거리에서 내려 마구 뛰었다. 헉헉거리는 날 보곤 기욤이 웃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그리곤 미안한 얘기를 털어놨다. 화요일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커뮤니티 측에선 옥스팜에서 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라르쉬에 좀더 집중하길 원한다지만 사실 쉬는 날이나 쉬는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 당연히! 그들은 내가 다른 봉사자들과 뭔가를 하길 원하지만 (쉬는 날임에도!) 옥스팜에서 일하는 건 겨우 1주일에 한번, 4시간 뿐인데 쉬는 날까지, 언제나 항상 커뮤니티와 연결되어있길 원하는건 조금 이해가 되질 않는다. 라르쉬와 일하려고 온것이니 다른 곳에서 봉사를 하게되면 이민국에서 허락하지 않을거라는데 그건 둘째치더라도 라르쉬에서 보이는 입장은 전혀 이해불가다. 난 이미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하고, 거의 하루 24시간 라르쉬와 연결되어 있건만 뭘 더 원하는 건지..!

어쨌든 기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도 역시 이해불가란다. 필히 내가 원하는걸 해야한다고 말해줬지만 일단은 비자와 라르쉬가 받아들이질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첫날이자 마지막날이 될 듯. 봉사를 하러 와도 대학을 다닌다거나 야간과정 및 다양한 코스를 수강하는 건 허락하면서도 1주일에 한번 혹은 1달에 며칠 다른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건 허락할 수 없다는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놓고선 휴가때는 또 괜찮다고 하는건 무슨 경우인지..?


일단 오늘 오후엔 일을 하기로 했다. 오늘이 인턴 마지막 날이라는 나탈리와 다른 인턴 오헤흐노?가 함께 했다. 참 신기한게 이 곳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프랑스인이다. 오늘 가게에서 본 사람들 모두 프랑스인이었던터라 불어만 신나게 듣고 왔다. 불어로 말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열심히 떠들던.. 허허. 계산하는 법, 물건 배열하는 규칙, 가게 문 닫을 즈음 하는 일, 돈 정리하는 법 등을 배웠다. 계산하다가 실수 몇번해서 진땀 좀 흘렸다. 결국 종이에 순서 적어놓고 힐끔힐끔..

그 둘은 프랑스어 억양이 강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오헤흐노(?). 영어가 아니라 그냥 불어였다. 경영쪽을 공부한다던데 해외에서 인턴쉽을 해야 하기에 여기 머물고 있다고 했다. 나탈리는 프랑스에 돌아갔다가 다시 아일랜드에 와서 UCC에 1년을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가게 안은 알록달록한 물건들로 가득해서 참 아늑했다. 손님들도 생각보단 많이 온것 같았는데 얘길 들어보니 이번주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했다. 나중에 돈 정리할 때 보니 300유로 정도 팔은 것 같았다. 라르쉬 밖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 신선한 공기를 마신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들을 대하는 게 왠지 더 편한 것 같기도 했고. 허허허.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