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휴가를 갖는 중이다. 저번 달엔 킬라니에 다녀왔지만 이번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여행할 기분이 아니었다. 요즘따라 이 곳 생활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수요일부터 엉망이었던 기분은 노라와 캐티의 미팅 덕분에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별로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게 이렇게 신경쓰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 곳에 적응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도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다. 라르쉬가 아닌 다른 커뮤니티라면 어떨까.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장 힘든 점은.. 물론 사람 관계이다. 특히, 다른 봉사자들과의 관계. 난 역시 사교적인 사람은 못 되는가보다. 그래도 워크샵에서 일하는 분들은 나에게 더 많이 웃어주고 말 걸어주는 편이다. 그리고 난 집보다 워크샵에 있을 때가 더 행복하다. 혼자 살면서 워크샵에서 일하면 그게 제일일 듯 하다. -_-


5개의 집을 담당하고 있는 노라와 봉사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캐티. 다른 직원분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서 봉사자들이 마음 편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끔 신경써주고 계시다. 그 덕분에 내가 집을 옮기게 된거고. 처음엔 안크리가 더 편히 느껴졌지만 어딜가나 걸리는 점은 있는 것 같다. 캐티가 말하길 내가 이 곳의 4번째 한국인이란다. 힘들어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나중엔 모두 행복해했다고.

캐티와 미팅을 끝내고 다같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데 데일이 옆에 와 앉았다. 목공예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나에게 대뜸 '지금까지 한국인 봉사자가 몇명 있었는데 네가 제일 좋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옆에 앉아야지.'하면서 기분 좋은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한 레지던트가 와서는 '나도 그녀가 좋아.' 하면서 둘이 좋다 좋다 말해주는데 그게 참 좋았다. 으흥흥. 난 워크샵이 참 좋다.


주말휴가 동안 기분 풀러 워크샵에 다녀오고, 미팅을 갖고, 혼자 시티센터에도 다녀오고 인터넷도 실컷했다. 쉬는 시간때 무얼할까 열심히 찾아본 결과 대략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슈트반에게 말해서 1주일에 하루는 워크샵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할 참이고(쟈니와 캐티의 권유덕분!), 워크샵에서 열리는 운동 프로그램을 위한 회의에도 참여해볼 참이다. 내가 낮 시간동안 쉬는 게 싫다고 했더니 노라가 회의에 한번 동참해볼 생각이 있느냐고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가능하다면 다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해볼 계획이다. 여긴 한국만큼 자원봉사 기회가 많지도 않고 (특히 1일 단기봉사는 별로 없는 듯) 추천서다 뭐다 해서 좀 복잡하다. 그래도 거주하면서 할 수 있는 단체들이 있는 건 마음에 든다. 잘 되면 좋을텐데..!! 


 



어제 다녀왔던 시티센터.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여지껏 본 것 중에서 최고로 많았던 듯. 안경을 벗고 걸어다니다 다시 썼더니 머리가 핑 돌았다. 갑자기 내가 정말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외국인들 속에서 내가 서있는게 너무 불편하게 느껴져서 얼른 자리를 떴다. 이상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새로운 을 시도해봤다. 예전에 알무트와 함께 걸었던 산책로를 따라왔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좀 헤맸던 것 같다. UCC쪽으로 꺽어지는 게 아니었어. 3시간쯤 걸었는데 이 아팠다. 나중에 보니 물집이 여기저기 잡혀있었다. 다음부턴 등산화라도 신어야 하나.. 운동화 신고는 오래 못 걷겠다.

시티 센터는 혼자 돌아다닐 곳이 아닌 듯. 재미없다! 역시 어딜가나 사람이 제일이다. 학원 사람들과는 어떻게 빨리(?) 친해진 건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