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커뮤니티 전체가 구겐바라로 순례를 떠나는 날! 덕분에 1주일 시간표가 뒤죽박죽이 되서 팀미팅 때 고생 좀 했다. (게다가 나의 첫 기도시간이었다! 안크리에선 팀미팅 때 1명씩 돌아가며 기도를 하는데 대부분 글과 음악을 준비한다. 부담감 엄청났음!) 원래는 Mayo에 있는 Knock으로 가려고 했는데 비용문제 때문에 코크에서 2시간여 떨어진 구겐바라로 가게되었다. 그리하여 아침 10시쯤 워크샵에 모여 짧게 기도시간을 갖곤 커뮤니티의 모든 차량을 동원해 총 80여명이 조를 짜서 나누어탔다.  

대부분은 호수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지만 나를 비롯해 안젤라, 마리아, 마리줄리, 신시아, 엘레노어는 차로 20여분 떨어진 오두막(B&B)에서 묵게됐다. 내부는 첫인상보다 괜찮았다. 같이 지내게 될 사람들이 별로인게 문제였지.. 모두 프랑스인. 게다가 어색하기까지.. 





다른 사람들이 호텔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호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자그만 교회 앞 잔디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들었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다들 사진찍느라 이야기 하느라 바빴다.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올린 뒤 호명된 이름순으로 돌돌 말려진 종이 한장씩을 받았다. 각자의 이름에 새겨진 이 적혀 있었는데 내 이름은 'Pretty successful in life'였다. 어허라.. 과연?..

이 곳이 어떤(?) 사람이 살던 곳이라면서 성스러운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물론 기독교쪽으로.. 하루사이에 오고 가는 사람들 참 많더군.









점심, 저녁, 다음날 아침을 모두 호텔에서 먹었는데, 점심엔 샌드위치와 스프, 저녁은 생선/ 닭고기 + 후식(꺄~~), 아침은 과일과 빵, 차/커피, 시리얼이었다. 아이리쉬 아침식사도 따로 주문할 수 있었던 듯. 특별나게 맛있진 않았지만 후식만큼은 마음에 쏙 들었다. 슈크림이 듬뿍 들어간 눈깔사탕만한 빵 위로 초콜릿 크림이 촤락~ ♥ 배 터지는 줄 알았다. 주체가 안되네 이거.. 쩝쩝.


두번째 사진은 내가 묵었던 오두막의 거실. 난 마리줄리와 함께 2층에 있는 다락방에 묵었다.


저녁 예배를 비롯한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엔 호텔 안에 있는 에 모여앉아 떠들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실컷 연주도 들었다. 데클란, 브랜든, 쟌, 나일, 데이비드 등 몇몇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밤 9시에 시작된 연주는 새벽 3시에야 끝났다고 한다. 다들 맥주 한잔씩 들고선 박수치고, 따라부르고, 웃고 떠들었다. 포근했다. 건배-! 하면서 마셔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와는 달라도 참 다르더군.

기타와 반조, 북, 바이올린 소리가 박수 치는 소리, 웃음 소리, 재잘되는 목소리와 어우러져 방 안을 비추던 불빛만큼이나 따듯했다. 사진으로만 남기기 아쉬워 몇 곡을 녹음해뒀다. 이 곳에도 2곡을 올려 놓았으니 그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거다.  






새벽 1시. 피곤해 죽겠는데 다들 돌아갈 생각을 안한다. 차로 20분 떨어져 있다보니 다함께 돌아가기로 했건만 운전을 담당하는 안젤라를 비롯 프랑스, 독일 녀석들 무리가 똘똘뭉쳐 신나게 수다만 떨고 있는 것이었다. 신시아나 마리줄리도 늦게까지 즐기는 것 같아 끝나길 기다렸는데 음악도 계속되고, 수다도 계속되고.. 안젤라는 맥주를 몇 잔이나 주문하던지 기억도 안나고..

마리줄리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차에서 자고 있었음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게의치 않고 떠날 생각을 안하는 것이었다. 결국엔 신시아가 운전을 해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들 무리는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남을 거라기에 우리 셋만 오두막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이어진 불평, 불만, 약간의 뒷담화. 허허허. '20분 후에 가자고 했는데도 맥주를 또 시키는거야!. 운전하기로 한 사람이 맥주를 그렇게 마셔댈 수 있는건지..' '다른 사람들 신경 안쓰는게 너무 화나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밤 새서 노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건 나랑은 정말 안맞아.' 등등등. 푸푸.

아침에 진짜 피곤하더군. 그래도 7시 반에 일어나서 마리줄리와 1시간여 동안 산책까지 했다. 껄껄.



워크샵에 있는 정원.

오후 1시. 워크샵으로 돌아와 몇몇 사람들이 만들어둔 샌드위치를 먹었다. 오늘 날씨는 더 좋다. 덥기까지하다. 내 얼굴이 점점 갈색으로 변해가는 중. 골고루 색이 변해야 되는데 원. 며칠 전 스테파니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아일랜드에서 선탠했다니까 다들 안 믿더라구.' 여기도 날씨가 미쳐가는건가?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