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 섬



8월 10일, 월요일
일요일부터 방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마이크. 덕분에 둘째주 부터는 6명이 다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웨스트포트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한 아킬 섬! 클레어 섬이나 골웨이에 있는 아란섬은 차로 이동할 수가 없기에 선택한 곳이었다. 처음엔 별로 볼게 없어서 실망했는데 섬을 둘러볼 수록 멋진 풍경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Achill Island. 경치가 좋았던 곳 중 하나, 절벽 위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구름도 많고 안개로 뒤덮여 있어 사진 찍기엔 더없이 좋았다.



차를 끌고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투어버스는 한번도 못 본 것 같다. 아무래도 차가 없으면 둘러보기 힘든 곳인 것 같았다. 캐러번을 끌고(?) 와서 웅장한 절벽을 마주보고 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그 왼쪽으로는 광활한 잔디가 있어서 양들이 풀을 뜯고,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혼자 오거나 편한 사람들이랑 왔으면 곳곳에 내려서 사진을 찍고 경치를 감상했을텐데, 차 안에 있던 시간이 대부분인게 조금 아쉬웠다.



산 정상에 올라갔으나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왠지 으스스했다.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는 길. 저 멀리 바다위에 비친 햇살이 꽤 멋졌다. 사진이 엉망이라 아쉬울 뿐.



저-기 보이는 절벽이 아까 말한 캠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멀리서 보아도 그 윤곽이 뚜렸했다.







디저트를 먹으러 펍을 찾았는데 그것마저도 찾기 힘들었다. 식당이나 펍이 거의 없어서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바닷가 근처에 있는 한 카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초코 펀지 케익이 너무 달아서 초콜릿 소스를 남겼더니 배가 고픈 피터가 하는 말 '니 접시 내가 해치워도 돼?'. 알고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이었다. 다른 사람이 남긴 음식 가져다가 냠냠 해치우는 건 똑같았음.

이번주부터는 월, 수, 금요일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휴가비로 나온 돈이 별로 없어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던지라 그동안 한 것도 별로 없고해서 모여진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킬 섬에서 돌아와 곧장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가 먹은 건 스테이크! 오, 맛나더군. 아일랜드의 모든 곳이 그렇듯, 비쌌다. 4만원은 넘은 듯. 허어.



마리줄리

8월 11일, 화요일

화요일엔 바닷가로 산책을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 관계로 웨스트포트에 있는 극장엘 갔다. 내 Day off였다. 저번주에 못 가본 Croagh Patrick엘 가려고 했는데 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쉬는 날마다 비가 온다며 피터가 껄껄 웃었다. -_-+ 감기도 아직 안가셨고 해서 상태가 더 안좋아질까봐 그냥 팀에 합류했다. 대부분 다 본 영화라 볼 수 있는 건 딱 하나, G.I.JOE밖에 없었다. 이병헌 나오더군. 화면발은 별로였지만 발음은 굉장히 좋았다. 목소리도 달랐고..




슬라이고에서 다른 팀들과 헤어진 후. 마이크가 와인을 사러 간 사이,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고 있던 사람들을 구경했다. 실력도 좋고 음악도 좋았다. 맨 오른쪽에 있던 분이 참 인상깊었는데, 눈빛이며 외모가 꼭 흡혈귀 역할을 하면 딱일 것 같았다. 입술 언저리의 피어싱이 잘 어울렸던 매력적인 분! 하하하.



8월 12일, 수요일
도네갈과 케빈으로 휴가를 떠난 팀과 슬라이고(Sligo)에서 만나기로 했다. 별로 만나고 싶진 않았지만 집에 있기는 더 싫었다. 슬라이고까지는 약 110Km. 우리팀이 가야할 길이 제일 멀었다. 그리곤 만나서 뭐했냐고? 카페에서 디저트 먹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이게 하는 짓인지??

슬라이고에 도착해 도네갈팀을 만났는데 피터가 속닥속닥 '나 진짜 만나기 싫은데.. 어차피 토요일에 볼거잖아?' 마리줄리도 싫은건 마찬가지. 하지만 레지던츠의 휴가였기 때문에 싫던 말던 해야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마이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알고보니 우리팀 모두 오기 싫었던거다. 레지던츠가 미리 말해줬더라면 핑계를 대서라도 안왔을텐데.. 디저트 먹자고 슬라이고까지 간건 정말.. 아니었다.



웨스트포트

웨스트포트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극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새우가 들어간 타이 레드 커리. 맛은 그닥. 양고기를 시켰던 피터와 마리줄리는 맛있었다며 극찬을 하던데, 후회했다. 흑. 



웨스트포트 / 슬라이고 Quay, 옆에 있던 카페에서 다같이 디저트를 먹었다.



금요일 외식을 예약하기 위해 잠시 정차. 처음으로 노을 비스무리한걸 봤다.



수요일에 외식했던 곳 / 여긴 금요일에 했던 곳, 유명하다던데 서비스가 엉망이었다. 양고기는 그럭 괜찮았음




Betraw Beach






저기 보이는 산이 Croagh Patrick




개를 끌고 와서 산책하는 사람과 조깅을 하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약 1시간의 산책코스, 돌아오는 길엔 루이스버그 어느 한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었다. 살 찌는데 한몫하는 디저트,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게다가 공짜이기까지 하다구!



자갈로 이루어진 바닷가였다. /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 골웨이 쇼핑센터에서 샀던 30유로(약 5만원)치 초콜릿-_-




금요일엔 코네마라를 가려고 했으나 비가 세차서 하루종일 방콕, 다같이 모여 해리포터 3, 4편을 봤다. 해리포터 인기없더군. 크크.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집에가는 날!!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꾸려 코크로 향했다. 코네마라의 안개낀 풍경을 잊지 못한 피터가 마리줄리를 조르고 졸라 코네마라를 지나가기로 했다. 날이 흐리긴 했지만 그 날의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었다.

다 쓰지 않고 남겨둔 휴가비가 있었으니!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약 180유로. 한 사람당 30유로였다. 이 돈을 고이 남겨가기 싫은 우리였기에 골웨이에 들러 차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고, 테스코에서 먹을거리를 사기로 했다. 음식밖에 살 수 없는데 정말 아쉬웠다. 하나씩 장바구니를 들고 테스코를 쏘다니기 시작! 계산을 할 수 없는 메리를 위해 같이 다니면서 대신 계산을 해줬다. 3유로 정도 채우더니 '이거면 충분해.' '진심이야?' '응'. 몇 분 지나서 하는 말 '나 이거 살래!' 10유로쯤 채우더니 또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 '그래?' 28유로 채우더니 '장 다봤어.' '진짜지?' '응.' 그래서 내걸 사고 있는데 와서는 '나 2유로 남았지? 이거 2유로인데 나 이거 산다!' 결국 30유로 다 채웠다지.

계산하던 점원이 초콜릿으로 170유로(약 30만원)를 사는 우리를 보고 꽤 놀랐나보다. 한 마디 하셨다. 하하하. 초콜릿이며 쿠키, 빵으로 14개정도 사니 딱 알맞았다. 음키키키키. 돌아오는 길엔 두통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10일동안 거의 매일 두통에 시달렸던 것 같다. 기침, 스트레스, 지나친 자동차 이동 때문인 듯. 휴가동안 뒷목과 어깨 통증도 더 심해졌는데 스트레칭이고 뭐도 다 소용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피터가 자기가 갖고 있는 이 있다면서 나중에 하나 주겠다는데 어떨진 잘 모르겠다. 한 집에 같이 사는 안젤라에게서 복수를 당하고 있는 피터, 견디기 힘든 1년을 보낸 얘기를 들으니 내가 다 안쓰러웠다. 나 같았으면 당장에 그만뒀을텐데.. 마리줄리와 피터 덕분에 그동안 몰랐던 커뮤니티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어서 참 흥미로웠다. 그것만, 흥미로웠다. 다신, 절대, 휴가에 따라가고 싶지 않다. 으아아아악!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