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Long Weekend Off. 월요일엔 띵까띵까, 화요일엔 캠프힐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화요일에 점심을 먹고 메일을 열어봤더니 카일에서 연락이 와있었다. '내일 오기로 한거 변함없나요?' Mayo에서 돌아온 후로 아직 카일에 정확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시일지는 모르겠지만 라르쉬 킬케니 한국분을 만날 예정이라 시간이 정해지면 전화를 하려고 했다. 무슨 일이 생긴건지 오늘까지도 연락은 없지만.. 급히 카일 커뮤니티에 전화 메시지를 넣고 메일도 보냈다. 이걸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됐지만 이미 두 곳에 간다고 말을 해놓은터라 질끈- 버스표를 구입했다. 인터넷으로 구입 시 코크 -> 캐릭온수어 21.6유로(약 3만8천원).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비싸다아!! 현장 구입시 24유로.



칼란(Callan)에 위치한 라르쉬 킬케니에서 운영하는 카페



3시 차를 타기위해 1시 반에 집을 나섰다. 설렁설렁 걸어갔더니 시티센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 정류장에는 배낭을 맨 여행객들과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흐뭇 흐뭇-. 더블린이 종점이라 그런지 내가 타는 버스에 승객이 엄청 많았다. 뭣도 모르고 느긋하게 앉아있다가 거의 꼴찌로 탔다. 



카일 캠프힐, 내가 묵었던 집의 냥이 중 한마리. 포동포동한게 느낌이 좋다.


6시 반쯤 도착한 칼란. 전화를 걸고 약 10분 후 버스 정거장으로 카일에서 사람이 왔다. 메일을 주고받던 앤 할머니(?). 캠프힐에 들어서면서부터 소개가 시작됐다. 제일 큰 집으로 들어가 토스트로 저녁을 때우고 앤의 끊임없는 설명을 들었다. 집과 워크샵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시켜주셨다. 레지던츠 방문까지 열어주면서.. 하하.




거미 2마리와 함께 밤을 보내다. / 캐릭온수어 캠프힐로 가는 길, 버스 시간이 몇개 없다. 


커뮤니티 자체는 우리나라 시골 분위기가 났지만 집안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앤의 사무실이 참 아늑해보였다. 아직 휴가중인 사람들이 있어서 커뮤니티가 무척 조용했다. 내가 갔을 땐 대부분 어시스턴츠들밖에 없었던 듯.  

소개를 끝내고선 한국에서 온 남자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커뮤니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여행이며 자원봉사, 대학, 학점, 앞으로의 계획 등등 한참을 얘기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했던 자원봉사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계시던데 나와는 정반대로 참 즐거우셨단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건 모두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 난 언제나 찾을 수 있을까?

밤 11시가 다 되서야 그 분을 놓아드렸다. 하루종일 일 하고나서 힘드셨을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죄송하다. 하하하. 내일 오프라 더블린에서 캠프힐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셨다. 하루 더 머물렀으면 더블린에서 봐온 장으로 맛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군.




캐릭온수어 캠프힐


8월 19일, 수요일

다른 사람들이 8시에 아침을 먹는 동안 밍기적 밍기적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겼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지 않아 발이 시렸다. 사과로 아침을 때운 후 9시 15분에 있을 아침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홀로 향했다. 대략 20명 가량의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다같이 노래를 배웠다. 어제 오프라 못 봤던 한국 여자분과 눈인사도 나눴다.




Cahir Castle 건너편


아침에 워크샵이 없어서 잠시 방황을 하다 앤과 함께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이 많이 모자르다며 꼭 와줬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셨다. 요즘 전반적으로 영국, 아일랜드 캠프힐에 지원자가 별로 없어 고생을 한다던데 정말 경제한파 때문인가?

캐릭온수어로 가는 11시 반 버스를 타기 위해 차를 얻어탔다. (남자인지 헷갈렸던) 독일 여자분이 레지던츠 한 분을 킬케니로 데려다 준다기에 같이 따라 나섰다. 칼란으로 돌아와서는 KCAT를 가봤다. 문이 닫혀 있어 안은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꽤 좋아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10분 늦게 도착한 버스, 캐릭까진 7.6유로. (약 만 6천원) 앤이 그려준 약도 덕분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다들 일을 가서 그런지 여기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롱텀 봉사자들은 회의가 있어서 자리에 없고, 레지나 남편분이 계셨는데 어디론가 훌쩍 사라지셨다. 그래서 요리를 하고 있던 봉사자 한 분과 이야기를 하고, 워크샵을 방문한 뒤... 난 방치됐다. 어찌됐건 카일에선 친절하게 모든 건물들을 소개 받았는데 여기선 내가 방문한다는 것도 몰랐단다. 그리고 레지나는 휴가중이라는데 난 그 사실조차 몰랐다.  





12시 반에 가든 일이 끝난 후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맛나게 점심을 먹고, 한국분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방치된 후, 위빙 워크샵과 몇몇 레지던츠를 만났다. 가든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15분이나 걸리는데다 소개시켜 준다는 이도 없고.. 고양이와 기니피그를 구경하다가 앉아 있다가,, 또 앉아 있다가..

커뮤니티는 아담한게 아늑해 보였지만 분위기가 환영은 커녕 신경도 별로 안쓰길래 온지 1시간만에 그냥 가려고 했다. 2시부터 커뮤니티 사람들이 만든 DVD를 본다며 4시 반 차를 타고 가라길래 조용히 가방을 내려놨지만. 






약간의 산책, 으시시했다.



이틀동안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난터라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런지 머리가 아파왔다.4시 15분쯤 DVD를 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Cahir Castle


코크로 돌아가는 길은 지루했다. 중간에 Cahir에서 내려 1시간 반 가량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여느때는 10분, 20분 잘도 늦더니만 이 버스는 제시간에 뚝- 내려줘서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1시간쯤 앉아있다가 버스 정거장 뒤로 보이는 성을 구경하기로 했다. '내가 왜 허리 아프게 1시간을 멍때리고 앉아 있었지?' 주위에 산책 코스도 있던데 30분 밖에 남지 않은 터라 중간에 되돌아왔다. 기다리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코크에 도착하니 벌써 8시 반. 비도 내리고 피곤하기도 하길래 그냥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안크리로 돌아오자마자 늦은 저녁을 만들고 있는데 수즌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인사를 해도 반응이 없다. 또 시작이다. 얼굴이 팅팅 뿔어서는 컵을 탁탁 내려놓고, 선반을 꽝꽝 닫고, 혼잣말을 중얼중얼, 문을 세차게 쾅 닫고 돌아갔다. 그러든 말든, 저녁은 맛있었다.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