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저번 글보다 훨씬 깁니다. 글보단 사진의 압박  ※





안크리 / 워크샵 가는 길, 난 이 길이 좋다.


포근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 기타 연주 소리 또한 날씨만큼이나 따듯했다. 라르쉬 코크에서의 마지막 매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굿바이 블레싱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분위기는 또 얼마나 좋았는지.. 그들을 바라보면서 처음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어느덧 친근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스에 초대하는 편지를 받다. / 블레싱 후, 커뮤니티로부터의 선물


오늘 워크샵 예배에는 킬리안, 마티나, 테사를 환영하고, 나를 떠나보내는 자리가 있었다. 웰컴 블레싱만 봐온 나로써는 뭐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약간 긴장됐다. 이번 주 화, 수, 금요일(오늘)에 Listening week이 있던터라 오늘 매스에 모인 사람이 꽤 됐다. 6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4명의 블레싱이 시작됐다. 내가 양초를 새로운 봉사자들에게 전달해주고, 난 수즌으로부터 건네받았다. 메리가 나에게 머플러를 둘러주고 데클란(커뮤니티 리더)은 우리에게 글 한편을 읽어줬다. 앞에 앉은 이파(Aoife)가 나에게 'Thank you'라고 말하며 입김으로 하트를 날려줬다. 수즌이 내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항상 바람이 휘몰아치는 다리. 이제 시티센터에 가보자!


1시부터 7시까지 Off라 시티센터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요즘 날씨가 계속 안 좋았는데 어제부터 해가 짱짱이다. 덥다. 점심도 굶고 이걸 가 말어 고민됐다. 걸어다니기 귀찮은거다. 블레싱에서 받은 머플러와 양초까지 있다. 은근히 무겁다!





Lough, 오늘같은 날엔 잔디에 누워 책을 읽고, 광합성을!




시티센터에 가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Lough을 지나는 몇몇 길이 있는데 이 길이 제일 예쁘다. 어떤 아저씨가 날 스쳐지나가면서 'Beautiful black hair!', 웃음으로 대답해줬다.





하악! 몇 분전에 나오신 따끈따끈, 말랑말랑한 녀석을 밟았다. 개똥이었다. 바지에도 묻었다아.. 젠장. 그냥 돌아갈까? 길을 걸어다닐 땐 항상 개똥을 조심하자.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개똥도 많다! 이 싸람들, 응아는 치워야 할거 아니야! 아무래도 뒷걸음질 치는 습관을 버려야겠다. 


 

실제로 보면 경사가 더 급하다. 눈 올 때 썰매타면 딱일텐데..



꽤 많이 지나쳤는데도 항상 이름을 기억 못하는 어느 성당

또 나오기 귀찮아 가던 길을 계속 갔다. PPS 넘버를 받으러 시티센터에 갔던 야니와 마주쳤다. 대박이다. 그 사람들은 일을 오전 12시까지만 한단다. 




오른편엔 Quay Co-op이 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으로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10유로 안팎. 처음에 왔을 땐 '비싸다!' 라고 했더니 알무트와 리나가 '저거면 싼 편이야.' 도커스의 안젤라가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리를 건너서



시티센터에 가면 주로 세인트 패트릭 거리나 다리 주변 큰 길가만 왔다갔다 했던터라 이번엔 골목길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처음 아일랜드에 와서 경찰서에 외국인 등록한다고 리나와 같이 걸어다녔던 기억이 났다. 여기 오기전엔 봉사활동 1-2개월 참 짧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생활해보니 그게 아니다. 2개월, 정말 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6개월 전이 마치 며칠 전 같이 느껴진다. 힘들었던 기억은 다 어디로 갔는지.. 자유롭지 못해 불평 불만이었던 것들이 하나둘 적응해가니 6개월 다 되어간다. 이래서 6개월이 아닌 1년이란 시간이 필요한건가보다.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러 폽스키 성당에 오면 이 곳을 지나 어느 카페로 향하곤 했다. 바로 오른쪽 건물은 쇼핑몰을 짓느라 한창 공사중이라 분주하다. 오른쪽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왼쪽 첫번째 골목에 옥스팜 공정무역 가게가 있다. 전에 딱 하루 일했던.. 그 건너편엔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는데 차이 라떼가 맛나다! 초코머핀도! 이 주위에 노천카페가 많다.







이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극장이 나온다.


극장을 지나 다시 다리를 건너 오르막길을 걸었다. 한번쯤 걷고 싶었던 곳이다. 큼지막한 시계가 달린 성당도 보고 싶었고.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우체국 창가





'쮸쮸쮸쮸쮸-' 불렀더니 내 앞으로 쫄랑쫄랑 걸어왔다. 머리를 한번 긁어주고, 일어섰다. 뒤에서 낑낑거리길래 사진을 찍어줬다. 다시 머리를 긁적긁적. 외로웠나보다.




세인트 앤 %$& 성당 -_- 내부가 너무 썰렁했다!




저 멀리 -길 끝부분- 보이는 세인트 패트릭 스트릿. 다리를 지나 굉장한 경사를 자랑하는 이 길을 올라오느라 헥헥댔다. 사진은 별로지만 실제로는 꽤 멋지다. 정말임..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초딩(?)들이 쏟아져나왔다. 하필이면 학교 파할 시간에 올건 뭐람. 그치만 초록교복의 이쁘장한 여학생들, 하얀 티셔츠에 넥타이를 맨 고딩(?)들, 상큼하더군! 히히.




이 길 왼쪽으로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쉰애? 쉬네?' 라는 펍이 나온다. 아이리쉬 음악으로 꽤 유명한 곳. 온지 얼마 안됐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밤'에 가본 펍이기도 하다. 음악 정말 좋았지..





내가 올라왔던 그 길. 저 끝에 보이는 곳까지 갔다오느라 땀 좀 흘렸다. 왼쪽으로 첫번째 골목으로 가면 아이리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펍이 나온다.





세인트 패트릭 스트릿을 지나 다리를 건너 그 오른편
 



다리 왼편, 저 멀리 나무 있는 곳 바로 근처에 기둥 두개 보이는 건물이 폽스키 성당이다. 





세인트 패트릭 스트릿. 항상 분주하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올 때 왔던 길을 다시 가기로 했다. 덜 지루하단 이유만으로.





다시 성당을 지나





어느덧 락(Lough)에 도착.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항상 셔터를 누르게 되는 곳.





호수 위로 햇빛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누구는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또 누군가는 조깅을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연인과 함께 풀밭에 누워 서로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친구들과 빙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무리, 여럿이서 크리켓을 하는 사람들, 낚시대를 드리우는 남자들로 호수 주변이 생기가 넘쳤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는 중



/부끄/



물결이 멋지다



윌튼 론(Wilton Lawn), 옆으로 지나가나 가로질러 가나 그게그거 / 왼쪽 두번째 집이 안크리

 

1시에 출발해 5시쯤 도착했다. 4시간밖에 안 걸었는데 발바닥도 다리도 엉망진창. 아무래도 킬라니 여행 이후로 내 다리가 맛탱이가 약간 간 듯 싶다. 오자마자 포도주스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샤워를 했다.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시큰시큰하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했는데 일기 쓰다보니 벌써 12시다. 자야겠다.


+ 내일 데티가 로미나(안젤락 하우스 리더)와 함께 칠레로 3주동안 휴가를 간다. 오늘밤 미리 안젤락에 가서 잔다기에 작별인사를 했다. 내가 안크리에 와서 좋았다고, 가끔 편지하라며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는데 약간 의외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동료였기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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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