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가 지나고..

2009. 10. 12. 23:49 from 빛바랜 일기장
치과
다니기 시작한지 3주가 다 되어간다. 온가족이 돌아가며 치과에 돈을 바치니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500은 가뿐히 넘었다. 내 이는 왜 요모양 요꼴인건지.. 7개 레진으로 급히 떼우고 신경치료한다고 왔다갔다 하다가 저번 토요일에 씌우려고 갔더니 안 맞아서 도로왔다. 스케일링은 또 어찌나 찌릿찌릿하던지.. 공짜로 해줘서 봐줬음. 사랑니 뽑은 건 이제 거의 아물었고 임플란트 하나 해야한다고 하니 조만간 어금니 하나 더 뽑게 생겼다. 나 아직 20대인데 치아는 60대. 그동안 마취주사만 몇 대를 맞았는지 모르겠다. 충치 치료해놓은 것들 다시 떼워야겠다고도 하니 치아를 모조리 갈아엎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계획 세울 때가 행복한 걸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다음엔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했다. 동티모르나 인도네시아로 파견되는 봉사대원을 신청해볼까, 미국 캠프힐을 가볼까, 유라시아를 횡단하면서 여행 겸 자원봉사를 해볼까(이건 해볼거다!), 호주를 가볼까 하다가 캐나다 행으로 마음을 굳혔다. 근데 이것도 뽑혀야 가는거라 결과는 내년 봄에나 알게 될 것 같다.

일단 현재 내 계획은 이렇다. 20대엔 후회없이 도전하고 30대에 내 일을 시작할 것이다. 느즈막한 20대 후반에 전문교육과정이나 대학에 다시 들어갈 생각이다. 학비가 비싸니 몸으로 떼우면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곳이 좋긴한데 장담할 순 없다. 선발기준도 있고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나랑 안맞을 수도 있고. 사실 난 벌써부터 팔랑귀마냥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제 3세계에서의 자원봉사 그리고 또 다른 하나. 하나씩 겪어보면 갈피를 잡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에이, 그냥 몸 편히 살아버려? 하다가도 누가 저-기 아시아나 아프리카 가서 자원봉사 하고 왔다고 하면 난다. 시샘이 불끈불끈! 아무래도 내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내 욕심인게 틀림없나보다.


모험이 필요해!
그리하여 보니 28-29살까지는 2년 반~3년 반이 남았다. 라르쉬에서 사육당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내 새파란 젊음이 먹는다..' 즐겁기도 했지만 하는 일이 너무 없어 열정적이고 모험적이어야 할 나의 20대에 죄를 짓는 기분까지 들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피터가 체코로 떠날 때 즈음 메리가 그에게 물었다. '왜 집에 가는데? 가서 뭐하려고?' 피터가 그랬지. '내 인생을 즐기고 싶어.' 나 같았으면 그런 얘기 왠지 못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앞으로 2-3년 동안은 맨땅에 헤딩을 해볼 작정이다. 내년이면 26이라 취직해야 한다고 안달복달, 곧 있으면 결혼해야 한다고 안달복달하긴 싫다. 갑자기 결혼 얘기 하니까 징그럽네. 아무튼 라르쉬에선 날 도와주려는 사람이 항상 옆에 있었기에 불편함이 없었지만 혼자 개척해나가는 일 따윈 할 수 없었다. 이번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 살길을 찾아가는 경험개고생을 해보고 싶다.

선진국 / 개발도상국에서의 짧고 긴 자원봉사 + 여행, 아르바이트, 기술(?) 배우기, 레저활동, 캠프, 내 머리로는 이것밖에 생각이 안난다. 20대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것들,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에 또 뭐가 있을까.





: 오늘 선덕여왕 짱! ㅋㅋ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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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