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노예

2010. 4. 15. 12:13 from 빛바랜 일기장
지극함과 간절함, 감사함 없이는 인간의 수억번도 더 변하는 이 마음이라는 놈을 없앤다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만약 내가 바깥 세상에서 잘 나가고 이룬 것이 많았다면 지금까지 여기 붙어있을 수 있었을까. 여기서보면 산 것이지만 거기서 보면 못 살고 한심한 것일테지.

행복한 기억이 있어 지금의 불행이 있고, 불행한 기억이 있어 지금의 행복이 있다. 행복하다 해서 좋은 것이 아니고 불행하다 해서 나쁜 것이 아니다. 이런 저런 마음이 있어 불행한 것이고 지옥인 것이다. 삶을 사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이 몸을 지배하고, 이 몸은 그저 마음이 시키는대로 움직일 뿐이다. 마음이란 녀석이 내 몸을 좋아하는 사람 옆으로 끌고가고,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피하자고 한다. 손가락이라도 베이면 온 신경이 그것 하나에 얽매인다. 에 마음이 깃든다. 이것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아직은 내가 있기에 힘이 들때가 많다. 없는 마음이 힘이 든다한다.

사람은 살아왔던 모든 것을 자기 속에 꾸역꾸역 넣어놓고 그 속에서 기뻐하고 슬퍼한다. 다른 사람 눈엔 보이지도 않는데 나만 있다고 우긴다. 오직 나 밖에 볼 수 없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은 모두가 내가 살면서 찍어놓은 세상의 복사본이다. 생명이 없는 사진이다. 그 속에 나도 있기에 나도 사진이다. 이 몸이 바로 사진이다. 그 사진이 내가 되어 삶을 산다. 세상엔 없는 사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있는대로 보는대로 그냥 있는데 사람만 세상 탓을 한다.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나만 좋다 싫다 한다. 옆 사람은 볼 수도 없는 것에 나 혼자만 울고 웃는다. 




'빛바랜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습도움 첫날  (10) 2010.08.21
미국으로 고고씽 D-4  (12) 2010.07.19
누런봉투들의 행진, 그리고 첫눈!  (38) 2009.11.02
배드민턴에 맛들이다  (12) 2009.10.26
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