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화요일 아침 6시 반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몽땅 챙겨 거실로 나왔다. 밤부터 비가 내렸는데 다행히 i-site로 가는 동안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한달동안 정이 꽤 많이 들었는지 떠나기 싫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와 짧은 얘기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가는 내내 어떤 호스트를 만날지 걱정이 되서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백팩에서 사람들 만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데다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사람을 사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로썬 새로운 만남은 항상 걱정투성이다. 호스트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다만 너무 추웠을 뿐. 웰링턴으로 가신다는 할머니와 오토바이를 픽업하러 타우랑가로 간다는 아저씨를 만났다. 이렇게 옆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니.
벤치에 쪼그려 앉아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댑따 추웠다구요. 왜 인제 오심! ㅠ_ㅠ 주인 아줌마 캐런이랑 9살배기 조지아가 마중나왔다. 인상이 좋아보여 안심이 됐다. 잠깐 타운에 볼일이 있다며 비디오 대여점, 도서관을 들린 뒤 PAKnSAVE에서 장을 봤다. 코로만델보다 훨씬 싸다! 도서관엔 무료 와이파이까지! 가격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줌마가 따로 없음.
집으로 오는 길을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비포장 도로를 20분은 올랐을까 잠깐 농장에 들러 주인아저씨와 중국인 헬퍼 레몬을 소개해주셨다. 영어 완전 대박 잘함. 나중에 물어보니까 전공이 영어였는데 다른 학생들도 네이티브 같아서 본인이 영어를 잘하는지도 몰랐더래는.. 1달을 남겨두고 있는 워홀러였는데 성격도 시원시원허니 좋아보였다. 집이 언덕꼭대기에 있어서 타운에 내려갈 일은 거의 없어보였음. 아쉽네.
순둥이 엔젤!
스펜서, 스캇, 크리스
내가 묵었던 방. 2개의 게스트 하우스 중 작은 곳에서 지냈는데 전기장판 덕분에 따듯하게 지낼 수 있었다. 웹사이트에 올릴 사진을 찍고 있는 레몬, 캐런.
언덕 아래로 Tararu bay(?)가 보인다.
알고보니 애들이 4명이나 있는 대가족이었다. 강아지 3마리와 냥이 한마리도 있었는데 1-2달씩 가출했다 홀쭉해져서 돌아온다고.. -_- 처음엔 점심으로 빵 몇조각을 먹길래 충격받았다. 여기 사람들은 모두 밥을 엄청 조금 먹는것 같다. 양이 차지 않는 나로썬 맨날 이것저것 주워먹어서 몸이 불은게 느껴질 정도. 으헉. 내놔 내 45키로!
하루 몇시간 일하고 그런 개념은 없었다. 할일이 있을 때마다 도왔다. 어떤 날은 일을 적게 하고 어떤 날은 많이 했다. 집안일 도와드리는 정도였지만 신경 안쓰고 내 시간을 갖기 어려운 점은 아쉬웠다. 게스트 하우스에 따로 묵었지만 잠자는 시간빼곤 이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가족들과 주구장창 같이 있었다. 백팩과는 확실히 달랐다. 엉터리 영어를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애들이 하는 말도 잘 못알아 듣겠음 ㅋㅋ 억양이 문제가 아니라구.. 아,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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