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빨래를 널고 있는데 돼지가 여기저기 막 돌아다닌다. 남자 애들은 정신없이 돼지 몰고 있었다. 요놈이 탈출했나 했는데 오늘이 바로 1년에 3번 있다는 돼지 잡는 날. 꾸엑 꾸엑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 크지 않았던지 한마리를 더 잡았는데 처음 보는 광경인데다 돼지가 너무 불쌍해서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노래를 크게 틀었다. 이미 익숙한 탓인지 남자 애들은 돼지 잡는 걸 돕고 있었다. 소는 1년에 두어번, 양은 5번 잡는다는데 내가 참.. 운(?)이 좋았나보다. 딱 돼지 잡는날 오다니. 고마워 돼지야, 덕분에 맛난거 많이 먹었어. 으험.
이번 주내내 아가들 친구들이 놀러와 집이 시끌벅적했다. 모두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지라 손님이 오는 걸 좋아했다. 캐린과 스캇은 애들이 집안일에 많이 참여하도록 했다. 강아지 밥을 주거나 영화를 틀고 무언가를 먹을 때도 항상 허락을 받은 뒤 할 수 있었다. 오냐오냐 키우고 공부와 인터넷 하기에 바쁜 우리와는 너무도 달랐다.
오늘은 캐린이 빵을 굽는다기에 얼른 손을 씻고 나섰다. 캐린이 말하는대로 열심히 만들어놓곤 다음날 아침 드디어 빵을 구울 준비를 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 촉촉한 맛난 빵이 나왔다. 캐린이 만들었다는 푸룬 잼이랑 같이 먹으니 진짜 맛남! 마켓에서 사먹는 빵이랑 비교가 안된다. 완전 사랑함!
처음으로 만들어 본 캐린표 빵. 노릇노릇허니 잘 구워졌다!
금요일 아침 레몬이 떠났다. 말 많던 사람이 떠나고나니 식사시간이 썰렁해진 느낌. 내가 왜 부담이 되는거지? 레몬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애기들 친구들과 엄마를 태워오셨다. 직접 만든 라즈베리 머핀을 구워오셨다는! 오, 스벅 머핀보다 훨씬 맛있음. 라즈베리가 살아있어! 덕분에 팜스테이 설명도 듣고 짧은 투어도 할 수 있었다. 7명의 아가들이 북적북적.
캠핑장 둘러보기
저녁이 되도록 날씨가 쨍쨍했다. 오랜만의 햇볕에 애들은 뛰고 구르고 신이 났다. 어쩌다가 물구나무 경쟁이 붙어가지고 나보고 한번만 해달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난감했지만 주섬주섬 티셔츠를 바지 속에 구겨넣고는 되도 않는 옆구르기를 했다. 엉터리였지만 잘했다며 박수까지 쳐주는 훈훈함ㅋㅋ 나중엔 헥헥대면서 달리기 시합까지 했다. 초딩때 했을 법한 놀이를 이 나이먹고 하고 있다니. ㅎㅎ 온 가족이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아 보였다.
첫번부터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났다. 항상 신경써주고 물어봐 주고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라는 말씀까지. 이른 아침에 떠나야해서 애들과 인사를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짧은 5일이었지만 참 많이 깨닫고 간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점점 나아지겠지. 사람들과 더 많이 부딪혀야해서 불편하고 벗어나고 싶었지만 불편한 곳에 내몰수록 더 많이 배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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