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타우포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트리쉬와 함께 i-site에 왔다. 일주일간의 두번째 헬프익스체인지를 끝내고 타우포로 떠나는 날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그놈의 비는 2달째 주구장창 내린다. 타우포에 있는 거의 모든 호스트에 연락을 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 로토루아를 중심으로 북동쪽과 서쪽지역의 호스트에 메시지를 쭉 돌린결과 헬퍼를 받는 곳은 딱 한곳. 트리쉬조차 들어보지도 못한 Lichfield. 월요일에 왔으면 좋겠다기에 타우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카우치서핑도 시도해봤으나 꽝. 어쩔 수 없이 YHA로 예약을 했다. 여성전용 4인실이 21달러로 굉장히 저렴하지만 버스정류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운도 지지리 없지. 타우포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고 인터시티 인포센터는 문을 닫았다. 나 지도도 없는데.. 하는 수 없이 가까운 마켓에 들어가 YHA 어디 있는지 아냐며... 그냥 쭉- 한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긴 하는데 뭔놈의 계단이 이렇게 많니! 낑낑대며 들고 올라가서 방키를 얻고 계단 한 20개를 더 올라 힘들게 방에 도착했다. 굉장히 작고 조촐했다. 복도식 아파트처럼 생겨서 방문을 열자마자 바로 실외. 화장실과 샤워실이 같이 있는데 것도 남여공용 ㅎㅎ

점심을 먹으려는데 주방 청소중 출입금지란다. 하는 수 없이 사과 한개로 대충 때우고 시내 한바퀴를 도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거세져서 나무 아래로 피했지만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죽죽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호숫가로 방황하기 시작. 비 때문에 사진도 못찍고 배회하다가 더는 안되겠어서 맥도날드로 피신했다. 거리엔 개미 한마리 안보이더니 다들 여기로 왔나보다. 사람들로 미어터짐. 맥치킨인지 뭔지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다. 여기 햄버거는 왜 이렇게 작은지 모르겠다. 맛도 지지리 없음. 와이파이도 잘 안되고 되는게 없구만!

비가 오는 와중에도 4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더이상 할 것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오죽하면 카운트다운에 갔을까. 간 김에 쿠키한봉지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날씨탓인지 사람들이 꽤 있었다. 4시부터 우걱우걱 쿠키를 먹으며 밤 10시까지 독서 삼매경. 참으로 오랜만일세. 10시밖에 안됐는데 다들 자길래 무언의 압박을 느껴 불을 끄고 누웠다. 그렇게 타우포에서의 첫날이 졌다.

새나라의 어린이도 아니건만 7시도 안되서 눈을 떴다.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는데 침대가 흔들거리고 천장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지진인가 싶었지만 자세는 그대로 유지. -_- 더 심해지면 일어나려고 했는데 다행히 몇분뒤에 멈췄다. 상콤하게 지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체크아웃 하기 전에 호수 주변을 돌아봤다. 리치필드행 버스는 아직 한참이나 남은 오후 3시 55분.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도서관에 처박혀 있으렸더니 하필이면 오늘이 근로자의 날일건 뭐니? 이 거대한 케이스를 들고 6시간동안 뭘해야할지 난감했다. 문이 닫혔어도 와이파이는 가능하길래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읭! 조이?' 로토루아에 이어 타우포에서도 만나다니!! 

날씨도 좋고 해서 같이 산책을 가기로 했다. 타우포 i-site 왼편에 super loo 락커에 2달러를 내고 캐리어를 맡겨뒀다. 분명 지도 들고 갔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길 좀 헤매주심. 트랙을 걷고 싶었으나 어떻게든 목적지에 가기만 하면 된다던.

묘지였지만 정말 예쁘게 나옴! 

어쩌다보니 번지점프 하는 곳에 도착. 그리 높진 않았다. 비명지르는 것 감상 중.

원래는 핫 스프링인가 하는 곳에 가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이미 지나쳐 버렸다는. 조금만 더 가면 후카 폭포에 갈 수 있었지만 버스 시간때문에 중간에 돌아와야 했다. 물 색깔이 참 곱더라고잉.

야생고양이 출현!

시간이 조금 남았길래 도서관앞에 쭈구려서 인터넷 하다가 짐을 찾아 정류장으로 갔다. 근데 길 잃어버림 ㅋㅋㅋㅋ 버스 시간 다 되가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거다. 아놔. 완전 땀 뻘뻘 흘리면서 캐리어를 굴린 결과 5분전 도착.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승객들이 모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버스 놓칠뻔 했네. 같이 뛰어준 조이에게 감사. 남섬에서 또 봅시다! 난 리치필드로 고고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