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필드에 버스정류장따윈 없었다. 길 가다가 그냥 떨구어주심 ㅋㅋ 마리아가 마중나와주셨다. 주위엔 농장밖에 없는 할것 없는 곳이로군. 짐을 풀기 전에 농장을 한바퀴 돌아봤다. 정말 닭장에 갇혀 사는 닭도 있고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쪼쪼거리는 닭들도 있었다. 카아.. 이 닭똥냄새. 코를 찌른다.
농장을 어슬렁거리는 야생고양이 중 한마리. 낼름낼름 배를 닦고 계심. 종종 죽은 닭을 닭장밖에 내놓는데 냥이 3-4마리가 달려와 뜯어 먹더라는... 후덜덜.
창문이 엄청 많은 방이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숭숭 들어온든지. 추워 디질뻔함;
아침내내 공들여 닦아놓은 주방 창문. 요런 창이 있으면 설거지할맛 나겠지만 이 집은 무조건 식기세척기로 직행. ㅎ
집 옆에 달걀, 아이스크림, 음료, 꿀, 홈메이드 잼, 초콜릿을 파는 자그마한 가게가 있었다. 도로 한복판을 지나다가 누가 여길 들어오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손님이 엄청왔다. 자동차가 들어올때마다 삑삑거리는데 밥 먹다가도 달려나가야 함. 나중엔 나한테도 카운터 보는 법을 알려줘서는 엄청 성가셨다. -_- 이봐요, 4시간 일 다했는데 손님도 보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난 에포스가 뭔지가 모른다고!
안이고 밖이고 모두 닭 천지!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날. 오랜만에 날이 좋아 방방 위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
일주일동안 한 일이란, 수거해온 달걀을 닦고, 집안청소를 하고, 달걀을 담고 나르고, 잡초뽑은게 전부. 일을 다 끝냈어도 매일 4시가 되면 해야하는 일이 있었는데 고거이 바로 Free Range 닭들을 넓은 잔디밭에 풀어주는 일! 처음엔 무서워서 벌벌 떨었는데 이삼일 지나니 적응완료.
수많은 닭들을 파헤치고 들어가면
날 반갑게 맞이해줌. 내 부츠고 바지고 다 쪼아먹을 판.
패독 문을 열어주면 알아서 우르르 몰려 나간다.
자유의 몸이 되신 닭님들.
그리고 또 하나 남은 일. 저녁식사 돕기. 사실 이미 일을 다 했기 때문에 도와줄 의무는 없지만 모든 호스트들은 헬퍼가 도와주길 바란다. 그냥 앉아서 밥 얻어먹는 것도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요리 배워두면 좋기 때문에 보통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도와주곤 한다. 배부르게 먹고나선 티비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10시쯤 쿨쿨 주무시면 되겠다. 한국에선 밤 12시 반까지 티비에서 재미난거 많이 나왔는데 여긴 보통 10-10시 반에 자러 들어간다. 그리고 7-7시 반에 기상. 바람직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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