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집이 정말 썰렁했다. 아들내미 한명은 오클랜드에 가고, 마리아와 다른 아들내미는 해리포터 쇼(?)에 간다며 점심부터 집을 비워서는 한밤 중에 들어왔다. 어제부터 갑자기 와이파이가 막힌 바람에 의도치않게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400페이지나 되는 책인데 벌써 거의 다 읽어간다. 보면 뉴질랜드 사람들은 일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오는 것 같다. 거의 모든 가게가 5-6시만 되면 문을 닫기 때문이겠지만. 텔레비전도 우리나라만큼 다양하고 재밌는게 많진 않은 것 같고.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는겐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음. 책이라도 없었으면 지루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투랭이로 떠나는 일요일 아침. 보통 떠나는 날엔 일을 하지 않는데 마리아가 '나 좀 도와줄텨?'라고 묻는 바람에 일을 했다. 것도 빡시게. 거기다 대고 '싫어요'라고 대답할 사람이 누가 있음? 내가 원해서 일을 한거라며 확인시켜주는 마리아 아줌마. 하! 일 끝나자마자 바로 침대로 직행했다.
원래는 서해안으로 가려고 했는데 북섬에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통가리로 크로싱을 포기하면 한게 아무것도 없는것 같아 갑작스레 노선을 변경했다. 내셔널 파크 호스텔에 연락해봤지만 헬퍼 자리가 없어서 이참에 카우치서핑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나의 첫 호스트는 요하나 할머니! i-site에서 만나서 덩치큰 개 두마리와 함께 산책을 한뒤 집으로 돌아왔다. 내 방이 2층에 있다는 것 빼곤 아늑하고 아기자기했다. 아, 이눔의 캐리어.
저녁으로 샐러드를 준비하셨대서 같이 식사를 했다. 저녁메뉴가 샐러드라.... 이거먹고 배가 부르겠나 싶었으나 배가 불렀다. -_- 뉴질랜드 사람들 해먹는건 비슷비슷하다. 아침에 시리얼이나 토스트, 점심에 샌드위치나 전날 남은 음식, 저녁엔 그나마 요리를 해먹지. 조금 신경쓰는 집에선 더 잘 먹겠지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맛있는걸 못 먹으면서 사는 듯한. 점점 한국음식이 그리워진다.
와웃, 소파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먼지는 무지하게 많았지만 이정도면 굳!
부끄럼 많이 타던 냥이들.
내일 아침 일찍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하기로 했다. 전화로 예약해놔서 i-site로 픽업차량이 올 예정. 원래는 집앞까지 와야하는건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인포센터까지 가기로 했다. 분명 집에서 가까워 보였는데 한참을 해맸다. 나중에 시간 재보니까 20분 걸리더라는. ㅋㅋ 젠장. 덕분에 투랭이 마을 한바퀴 돌았는데 별건 없더라구. 투랭이는 그냥 커다란 주택단지가 전부였다. 이 사람들 뭐해먹고 사나 싶어서 요하나한테 물어봤더니 근처 감옥이나 농장, 겨울엔 스키장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한것도 없는데 마냥 피곤해서 9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다. 완전 푹자고 일어났는데 밤 12시 40분. 읭? 그래서 또 자고 일어났는데 3시 20분. 5시 40분까지 4-5번은 일어난 것 같다. 은근 긴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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