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첫인상은.. 좀 난장판이라고 할까. 전에 있던 곳도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망가진 곳도 많았고 음식에 대한 불만도 살짝 있었는데 새로온 곳은 더 심했다. 처음 며칠은 정말 먹을게 한개도 없어서 호스트를 옮겨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히 왔다 싶었음. 마트에서 35만원어치 장을 본 후에야 그나마 나아졌지만 아줌마가 요리를 잘 안해서 음식다운 음식은 보기 힘들다. 사고 싶은거 마음대로 사라고 하신건 참 마음에 들었다만. ㅎㅎ 첫 호스트는 건강한 채식이었다면 이곳은 과자천국. 






푸시 캣! 24시간 난로옆을 떠나지 않는다. 이래뵈도 15살 된 할무니 냥이다. 

































먹을게 있을때만 날 찾아오지. 진짜 여우다. 너무 여우라서 미움 ㅋ



















조금 괜찮아진 아침과 점심. 아줌마가 점심을 간식으로 때우기땜시 알아서 챙겨먹지 않으면 점심은 없음. 



















할무니와 5살 청년 냥이. 왼쪽 놈은 까칠하고 오른쪽 놈은 너무 들이댐. 중간이 없다.



















티클. 15마리의 working dogs 중에서 제일 자유로운 놈이자 집안에 들어올 수 있는 녀석. 





개들이 이 녀석만 계속 괴롭혀서 매일 도망다니는 불쌍한 녀석이다. 이곳 개들은 죽은 소를 뜯어먹기 때문에 고양이 하나쯤은.. 





내 첫 임무는 아픈 소들을 풀어놓은 방목장에 여물 주기. 밤새 사고가 나진 않았는지 한바퀴 돌면서 확인을 하는데 소 한마리가 물웅덩이에 빠져있는겨. 쇠사슬로 묶어서 차로 끌어올리는데... 하. 난 이런 장면을 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집 주변에 방목장이 여러곳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가둬놓고 키우는게 아니라서 소를 관리하는게 쉽진 않아 보였다. 자주 확인해주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죽어있는 소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이곳에 온지 2주정도 됐는데 벌써 몇마리가 죽었다. 목을 가눌 힘도 없을 정도로 약해진 소 한마리는 좀처럼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아프고 죽어가는 소들을 볼때마다 정말 눈물이 난다. 죽은 소들은 들판 구석에 끌어다 방치해 두는데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하는 일은 참 쉽다. 아저씨와 아들내미가 집에서 1-2시간 떨어진 목장을 주로 관리하고 아줌마는 집주변 목장을 관리한다. 아픈 소들만 인공사료를 함께주고 나머지는 그냥 풀만 뜯어 먹는지라 크게 할일은 없다. 가끔 건초더미 실어다 풀어주고.. 아줌마가 일을 하면 나도 하고 안하면 나도 쉰다. 따로 쉬는날은 없지만 그에 대해 불만이 없을 정도로 일을 별로 안한다. 쿼드 바이크가 고장이 나서 자동차로 소를 모는데 난 운전도 못하고 소몰이도 해본적이 없어서 아줌마가 다 한다. 방목장 문 여닫기가 내 주임무 ㅎㅎ 음식도 간단한것만 하니 설거지도 별로 없고.. 오히려 내가 일을 찾아서 하려는 편이다. 게다가 고맙다고 용돈까지 주심. 이런 호스트는 아마 없을거다. 진작에 옮길걸. ㅎㅎ







야그들이 다른 소를 따라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서 앞에 몇마리만 잘 움직여주면 일이 참 쉬워진다. 소가 달리지 않게끔 천천히 몰아야 하는데 단체로 뛰는지라 약한 소는 달리다가 넘어질 수도 있다. 뒤에서 달리던 소들이 밟고 지나가기 때문에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고.





먹을 풀이 별로 없을땐 소를 길가에 몰아놓고 풀을 먹인다. 가끔 차타고 이동하다가 도로에서 소떼를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임. 2-3시간 정도 풀어놓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참 지루해서 내가 제일 꺼리는 일이다.





무슨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를 구별해서 따로 가둬놓고 작업을 할때도 있다. 난 할줄 모르므로 가만히 구경만.. 가끔 여기서 영양제를 먹일때도 있는데 소들이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 도망다니고 난리도 아니다. 사람 손에 길러지는 동물은 다들 안쓰러운 것 같다. 








오늘로써 세컨 90일을 채워 자유의 몸이 됐다. ㅎㅎ 리조트 일이 며칠 늦춰져서 1주일이 남았는데 뉴캐슬에 갈까 하다가 그냥 여기서 더 머물기로 했다. 아줌마가 새끼 양이랑 돼지도 보여주신다 하고 주변에 일본인 우퍼도 만나게 해주신다길래 더 있어도 지루하진 않겠다 싶었지. 그나저나 여기서 세컨을 잘 받아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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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