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다. 농장을 떠나던 날.
한국을 떠나 호주로 올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둥지를 떠난것 같았다. 기차안에서 어떤 또라이를 보니 더욱 그랬다. 시드니에서 올땐 직원도 정말 친절했고 참 좋았는데 말이지. 혼자 남겨진 것 같아 불안했고 기분이 안좋았다. 갑자기 너무 막연했고 농장밖엔 이상하고 못된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상대하면서 어떻게 일을 구하고 먹고 살까 걱정도 됐다. 다음 호스트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냥 여기서 2주 더 지낼까 고민도 했다. 그곳이 과연 10만원짜리 기차표를 살 가치가 있을까 그런 고민도.
양쪽에 이미 말을 다 해놨기에 그냥 떠났다. 정이 들긴 했나보다. 11주나 있었는데 안들면 이상하지. 그동안 떠난다 떠난다 했는데 결국엔 2주를 남기고서야 떠났다. 여기 있으면서 20명 가량의 헬퍼들을 만났다. 잘 지내기도 했고 못지내기도 했다. 사람 자체는 괜찮았지만 그 사람들이 만드는 상황이 짜증났던 순간도 많았다. 언어, 인종, 문화가 다른 6-8명이 한 집에, 한 방에서 지내다보니 알게 모르게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고, 어딜가든 생겨나는 뒷담화도 들었고 그와 반대로 함께여서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다.
세브히앙을 위한 이별선물
하, 프렌치.. 그만 좀 와줬으면.
분위기 전환의 시작 아미타, 화려한 외모의 스웨덴에서 온 넬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신나라
방학마다 해외여행 다니는 팔자좋은 19살 중국 아가들과 게일의 여자친구
두번째 방문인 벨기에 소녀 플로항, 이태리 음식을 그리워하는 이탈리안 줄리앙
아미타의 작품, 스코티쉬 숏 브레드. 엄청 달았다.
이동은 항상 트랙터로. 앉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자리잡으면 준비완료
텔레비전 케이블을 왜 직접 깔아야 했던걸까
닭 우리도 만들고 울타리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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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을 떠나던 날 비가 억수로 내렸다. 배낭이 더 무거워진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서양인들은 모두 배낭을 메고 다녔는데 여기서 만난 헬퍼들 중 배낭을 메고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이것도 편견이었군.
내 자리에 떡하니 온갖 짐을 올려놓은 아가씨 때문에 다른 기차칸으로 옮겨 앉았다. 덕분에 개또라이짓하는 상또라이를 4시간동안 구경하면서 힘들게 그래프턴에 도착했다. 직원한테 경고먹고 여자친구는 울고 욕 날리면서 싸우다가 좋다고 서로 웃다가.. 여자는 멀쩡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둘 다 제정신이 아닌듯 보였다. 그런놈을 만나는 여자는 적어도 정신이 제대로 박히진 않았겠지.
여하튼간에 그래프턴에서 12일가량 지내고 다시 시드니로 내려간다. 원래 브리즈번 가려고 북쪽으로 이동한건데 갑자기 일자리를 구하는 바람에 좀 틀어졌다. 이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일기쓰기 귀찮은 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일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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