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제, 공강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던 중, 쿵쾅쿵쾅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얼핏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웬지 철학 교수님 같다. 그때가 수업시간을 얼마 안남겨둔 시점이라 그런지 교수님의 발걸음이 빨랐다. 진한 오렌지 빛 셔츠와 함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비닐 봉지'
"혹시,, 먹을 거!!??"
마침 배도 고팠기에 내심 기대를 하며 인문대로 향했다. 요즘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하루가 멀다하고 머리가 아프다. 어제도 그랬다. 인문대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아직 10분이나 남았다. 아직 다른 수업이 진행 중인가 보다.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봤다. 앞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이라 머리가 많이 지저분하다. 머리를 넘기자니 넓디 넓은 내 이마가 부끄럽다.
세미나실의 문이 열렸다. 제일 편해보이는, 딱 하나밖에 없는 푹신한 쿠션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교수님과 마주보는 자리이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불량스럽게, 거의 눕다시피 자리에 앉아있었다. 교수님의 셔츠가 과연 주황색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교수님께서 오셨다. 하하.
결과는 '정답'. 부스럭 소리를 내며 노란봉지 속의 빵과 음료수를 책상위에 쏟으셨다. 종강파티도 아닌데 갑작스레 작은 먹자 파티가 열렸다. 교수님, 학생들의 졸린 눈이 많이 신경쓰이시나 보다. 좋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교수님 정말 귀여우신 걸. 프흐흐-
02
머리속이 너무 복잡하다. 정말 쌩뚱맞게.. 또 다시 방황 중이다. 난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있었다. 근데 요즘들어 그 길에 대해 회의가 생긴다. 나는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사실 그동안 불안했었다. 사람들에게 많이, 좋게 인식되고는 있지만 환경이 열악한 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집에 보탬이 되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감까지 합해져 난 너무나 현실적인 인간이 되어버렸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모습이다. 당황스럽다. 피식, 웃음까지 났다.
"이건 뭥미?"
이럴 거였으면 아예 돈 벌 궁리나 해서 각종 자격증에 토익 점수나 올려 놓을걸, 난 여태까지 뻘짓거리만 한건가? 지금 하고 있는 자원봉사도 다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회복지사가 될 것도 아니면서 난 왜 그렇게 열을 올렸던가? 한순간에 바보가 된 느낌이다. 아.. 복잡하다. 짜증이 난다. 다른 길은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럼 난 이제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세상은 너무 빠르고, 복잡하고, 치열한데 난 눈만 껌뻑거리고 있다.
03
인터넷을 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안방으로 갔다. 침대 위에서 야옹이가 꼼지락 거린다. 근데, 요놈 눈 한쪽이 이상하다.! 오른쪽 눈을 잘 뜨지를 못한다. 눈물도 보이고, 또 부어있다.
침대 저쪽에 파리 한마리가 죽어있다. 파리놈 잡으려다가 사고친 모양이다. "이놈아, 뭔 짓을 한거야~~!?" 네놈까지 안보태줘도 된다고요. 우우우. 내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무서워서 집밖에도 못 나가는 녀석을 어떻게 데리고 가야할지...
04
도서관 일이 많이 밀렸다. 7월까지 하게 생겼다. 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 생각 뿐이다. 이 일은... 너무 지루하다! 아직도 1달 반이나 남았다니, 오 마이 갓김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