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야학 수업을 했다. 복사기에 열이 나게 인쇄를 하고 학강분들 단어 외우게끔 해드린 것 밖에 없는데 수업이 끝나버렸다. 서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요즘따라 나도 를 잘 모르겠다. 조금 까칠해졌다는 것만 빼곤. 무엇이든 끝맺음이 중요한 것인데 안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 다음주면 이제 야학도 끝!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큰건 왜일까.

"난 자유인이다~~ 꾜~~!!"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도착해서 짐보따리를 촤악 풀어놓았다. 조금만 정리한다는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안그래도 청소 좀 해야지 했는데 잘 되었다.

난 무언가를 버리는데 있어 많이 망설이는 편이다. 초등~고등학교때 친구들과 주고받던 편지며 쪽지, 연습장, 노트, 교과서, 문제집, 시험지, 유인물, 낙서, 통지표, 교지, 심지어 사탕봉지까지. 그나마 몇번의 이사를 거쳐 초, 중등학교때 쓰던 교과서와 시험지를 모두 처분하긴 했지만, 아직도 고등학교 교과서와 노트들은 책장에 고이 꽂혀져 있다. 버리진 못하겠고 조만간 상자에 넣어둘 생각이다.


『 가지려 할수록 불행해진다. 』

욕심이 있으면, 나는 나 자체로서 충분할 수 없고, 내가 나이기에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꾸미고, 닦고, 조이고, 채찍질해야만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회의가 들고 지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들보다 더 멋지고 비싼 옷, 더 화려하고 큰 , 더 많은 지식과 능력, 더 높은 사회적 위치.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만 한다. 좋은 땅을 고르는 방법, 현명하게 투자하는 법에 대해선 여기저기에서 떠들어대지만 버리는 법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처음엔 경제 프로그램이랍시고 나오는 방송들을 보면서 저런 방송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MBC 스페셜로 작은형제들에 관해 방송 된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서 행복해 보였다. 잡동사니 하나 버리지 못하고 싸매고 있는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도대체 뭐란 말인지.. 마음을 잡지 못하니 계속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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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r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