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이 금요일에서 화요일로 변경됐다. 교무님이 화요일에 시간이 안되신다니 할일 없는 내가 바꿔드려야지 뭐. 결과적으로 보면 바꾸길 잘한 것 같다. 어제는 유난히 먹을 게 많았다. 히히히히!

한 학강분께서 직접 농사 지으신 옥수수 한 상자와 음료수,  다른 분이 가져오신 아이스크림 한 봉다리,  냉장고엔 자두 한 바구니,  저번주에 사다놓은 베지밀. 옥수수가 꽤 맛있었다. 사람이 많다보니 3시간도 안돼 모두 동이났다. 이 맛난 것들을 두고 야학을 떠나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학강분들이 사다주시는 음식들은 정말 꿀맛!  밤에 먹으니 더 꿀맛!  크하하하하~
 
집에 오는 길,  복사물 한보따리에 책,  학강분이 싸주신 옥수수 너댓 개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느라 팔 빠지는 줄 알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손에 들고,  어깨에 걸친 것들을 모조리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선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안학교에서 열렸던 계절학교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졌고,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가서 방과후 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  첫 봉사를 마친 후 집에 돌아오면서 "역시 난 가르치는데 꽝일 뿐더러 재미도 없다" 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 생각이 확실하지 않아 야학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해봤을 땐 선생님 역할이 제법 흥미롭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5개월의 야학생활을 통해서 내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은 하지 말자.' 였다.  지금으로선 그렇다.

야학에 다니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는 선생님들과의 관계였다.  자원봉사이지만 직장생활 같았다.  특별히 좋지도 친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그런 직장 동료로서의 관계.  정해진 시간에 와서 자기 할일이 끝나면 돌아가고,  회의하고,  행사 준비하고 치르고..  야학에 오래 다니거나 개인적으로 어울리거나 과 선후배 관계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그 부분이 참 아쉽고 답답했다.  사회생활이 이러할까?..  직장생활을 미리 겪어본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별로였다. 



*

어쨌든,
특별한 경험과 깨달음, 추억을 얻게 해줘서 고맙다.
알으로도 잘~ 굴러가길!






'빛바랜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쫑! 쫑쫑쫑!!  (6) 2008.07.27
※축※ -동생님 제대- ※하※  (14) 2008.07.25
토토토토익 성적.......  (16) 2008.07.20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  (14) 2008.07.19
Posted by Borie :